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법무부가 경찰 개혁안을 거부한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후보와 칼리 피오리나 후보가 대통령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저명한 의과대학인 존스 홉킨스 의료진이 HIV 양성환자의 장기이식 수술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내용 알아봅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수요일(1일) 미국 법무부가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데요. 무슨 얘기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연방 정부가 내놓은 경찰-법원 개혁안을 퍼거슨 시 의회가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와 퍼거슨 시 대표는 최근 논란 많은 퍼거슨 시의 경찰 관행과 법원 제도를 개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지난 화요일(9일) 퍼거슨 시 의회가 6-0, 만장일치로 개혁안을 거부했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는데요. 그러자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퍼거슨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소송 이유를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린치 장관은 퍼거슨 시 경찰이 흑인들을 상대로 인종차별 행위를 하면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퍼거슨 시가 재정적인 문제를 걱정하는 건 이해하지만, 헌법에 따라서 경찰 활동을 하는 데 돈이 문제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퍼거슨 시민은 수십 년 동안 정의가 실현되길 기다려 왔고 또 1년 가까이 경찰 개혁을 기다려 왔다면서 더는 이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퍼거슨 시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제임스 노울스 퍼거슨 시장은 일부 합의안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 의회 결정을 옹호했는데요. 시 의회는 개혁안 내용 가운데 경찰 월급 인상 조항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좀 더 능력 있는 경관을 모집하기 위해 경찰 월급을 올리고 소수계 경관 채용을 늘리도록 하는 내용을 말하는 건데요. 이를 이행하려면 3년 동안 1천만 달러가 든다는 겁니다. 퍼거슨 시는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이 조항을 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미 법무부와 퍼거슨 시가 합의한 내용인데요. 왜 이제 와서 반대하는 거죠?
기자) 네, 노울스 시장은 지난달에 법무부와 논의할 때는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퍼거슨 시는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에 있는데요. 인구가 약 2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로 한 해 예산은 1천4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게다가 약 3백만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질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한 가지 모순이라고 할까요? 퍼거슨 시가 재정적인 이유로 법무부 개혁안을 거부했는데, 소송에 걸리면서 큰돈을 쓰게 생겼다고 언론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송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소송비로 수백만 달러를 낭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난 2014년 여름에 일어난 총격 사건 때문에 퍼거슨이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4년 8월에 마이클 브라운이란 이름의 10대 흑인 소년이 비무장 상태, 그러니까 아무런 무기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증언이 나왔습니다만, 사건 당사자인 대런 윌슨 경관은 위협을 느껴서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당방위였다는 건데요. 2014년 11월에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대배심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서 윌슨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퍼거슨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폭동으로까지 이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경찰이 폭동 진압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해 또 문제가 됐는데요. 그러면서 인종차별과 경찰의 공권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졌죠.
진행자) 결국 연방 법무부가 퍼거슨 시 경찰 관행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퍼거슨 시의 사법 제도가 모든 단계에서 망가져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퍼거슨 시는 주민의 70% 이상이 흑인인데, 경찰과 시 정부, 법원 관계자는 대부분 백인인데요. 경관들이 체포 수칙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흑인들을 상대로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해 왔다는 겁니다. 또 퍼거슨 경찰과 법원이 독립적인 기구로 활동하지 않고 퍼거슨 시의 재정을 늘리기 위한 이윤 추구 기구로 전락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와 퍼거슨 시 당국은 여러 달에 걸친 논의 끝에 지난달 개혁안에 합의했는데요. 이 개혁안을 퍼거슨 시 의회가 거부하자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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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한 때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가 17명에 달했는데요.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면서 탈락자가 계속 나오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 경영자가 수요일(10일) 공화당 후보 경선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화요일(9일)에 열린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7%와 4%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는데요. 이렇게 실망스런 성적이 나오자 선거 운동을 중단하기로 한 겁니다.
진행자) 뉴햄프셔 주에서 크리스티 후보가 6위, 피오리나 후보가 7위를 했는데요. 두 사람은 지난 1일에 실시된 아이오와 주 당원대회에서도 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죠?
기자) 맞습니다. 아이오와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채 2%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실 중도 성향의 크리스티 주지사는 아이오와 주보다 뉴햄프셔 주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요.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겁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끝난 뒤 다음 공화당 경선 장소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로 이동하지 않고 뉴저지 주로 돌아왔는데요. 수요일(10일) 오후 선거 관계자들과 만난 뒤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하차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습니까?
기자) 크리스티 주지사는 인터넷에 올린 성명문에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경험과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다면서, 이에 많은 사람이 귀 기울여 줬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펼친 선거운동에 자부심을 느끼며 한 치의 후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토요일(6일) 뉴햄프셔 주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크리스티 주지사가 마르코 루비오 후보를 몰아세우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그런 게 표로 이어지지 못했군요.
기자) 네, 루비오 후보가 로봇처럼 외워온 말만 반복한다며 몰아세워 루비오 후보를 당황하게 했는데요. 아이오와 주에서 높은 지지율로 3위에 올랐던 루비오 후보가 이번에 5위에 그친 것은 그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크리스티 후보는 득을 보지 못했고요. 다른 중도 성향 후보들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거죠.
진행자)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기업인 출신으로 비주류 정치인이자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였는데요. 결국 중도 하차를 선언했군요.
기자) 네, 피오리나 후보는 수요일(10일) 크리스티 후보보다 몇 시간 앞서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피오리나 후보는 선거 운동 내내 조용히 앉아있지 않겠다고 말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거운동을 중단하지만 계속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현 상황에 만족하길 거부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피오리나 후보는 선거 운동 초반에 토론회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이 크게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게 계속 이어지지 못했죠?
기자) 맞습니다. 처음에는 지지율 상위 후보들이 참여하는 본 토론회 무대에 서지 못하고 2부 토론회에 참가해야 했는데요. 여기서 막힘 없는 답변으로 눈길을 끌면서 두 번째 토론회 때는 본 토론회에 초청 받았습니다. 당시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거세게 공격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갔는데요. 같은 여성으로서 성차별 의혹 없이 클린턴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후보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지지율이 떨어졌고요. 다시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해서 공화당 후보는 7명만 남게 됐는데요. 대부분 벌써 다음 격전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로 이동해서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은 다음 주 토요일 2월 20일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하고요. 민주당은 같은 날 네바다 주에서 당원대회를 엽니다. 이어서 공화당은 23일에 네바다에서 당원대회를, 민주당은 27일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하는데요. 이를 앞두고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오늘(11일) 위스컨신 주에서 또 한 차례 토론회를 갖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지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22% 포인트 차이로 클린턴 후보를 크게 누르고 승리했는데요. 하지만 네바다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진행자) 왜 그렇죠?
기자) 네바다 주는 그동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우호적이었고요. 소수계 주민이 많은데 클린턴 후보는 소수계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남부에 있고 주민들의 성향이 보수적이어서 진보 성향이 강한 샌더스 후보가 고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공화당은 오는 토요일(1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아홉 번째 경선 후보 토론회를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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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죠. 미국에서 곧 HIV 양성 환자의 장기 이식 수술이 가능해질 거라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의과대학인 존스 홉킨스 의료진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HIV 양성 환자의 신장과 간 이식 수술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HIV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라고 하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일종의 바이러스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HIV 양성 반응이 나와도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HIV 양성 환자의 경우 일반인의 면역체계와 다르다 보니 장기 기증을 받는 데도 제한이 따랐죠. 그런데 존스 홉킨스 의료진이 HIV 양성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이식 수술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존스 홉킨스 측은 적절한 장기 기증자와 수령자가 나오는 대로 이식 수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HIV 양성환자 중에서도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이 적지 않겠죠?
기자) 당연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의 숫자가 12만 2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여기엔 HIV 양성환자들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HIV 양성환자들은 이제 일반인 기증자뿐 아니라 HIV양성 기증자들로부터도 장기를 받을 수 있게 된 건데요. 그러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겁니다. 존스 홉킨스 의대의 도리 세게프 교수는 이때까지 쓸모없이 여겨지던 5백 명에서 6백 명의 HIV 양성 기증자의 장기를 이식하면 연간 1천 여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이전에는 HIV 양성자의 장기 이식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1988년 미국 의회는 장기이식법을 제정해 HIV 양성환자의 장기 기증을 금지했는데요. 당시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일명 HOPE(HIV Organ Policy Equity Act) 법이라고 불리는 HIV 장기이식공평법에 서명하면서 HIV 양성환자의 장기이식에 대한 연구를 허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장기이식을 관장하는 기관인 ‘장기나눔연합네트워크’(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가 지난 1월에 존스 홉킨스 의료진에 HIV 양성자 장기 이식을 허가하면서 첫 이식수술을 계획할 수 있게 된 거죠.
진행자) HIV 양성환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장기나눔연합네트워크’의 데이빗 클라쎈 박사는 장기기증법이 제정됐던 1988년과 현재의 HIV 환자에 대한 의학적 관점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HIV 양성이라고 하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다 보니 장기이식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의학의 발달로 HIV 양성 환자들 역시 일반인처럼 오래 살게 되면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늘어날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HIV 양성 환자의 장기 기증을 받지 못하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존스 홉킨스 측은 미국 내에서 HIV 양성자의 장기 이식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겠다는 입장인데요. 존스 홉킨스의대의 세게프 박사는 처음엔 사망자의 장기를 이식할 것이라며 HIV양성자가 신장을 기증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게프 박사는 하지만 HIV 양성환자들에겐 이조차도 반가운 소식이 될 거라고 했는데요. 많은 HIV 양성 환자들은 자신의 병 때문에 누군가를 돕는 건 기대조차 못 했는데 이제는 죽은 후에 또 다른 HIV 양성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