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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이 설날을 맞아 고향인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 등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합동차례를 지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 다양한 운동과 취미생활 등의 교육을 제공하는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평소에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로 활발하고 시끌벅적한 이 곳에 엄숙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녹취: 현장음]

이 곳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개관 이후 벌써 17년째 합동차례를 열고 있는데요, 올해 설에는 지역에 있는 실향민 등 어르신 5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매년 명절마다 여는 합동차례 행사지만 부족함 없이 정성을 다하고 있는데요, 지역 주민들이 정성을 보태 조금씩 모은 비용과 쌀로 넉넉한 차례상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의 김승자 관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승자,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장] “사실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시잖아요. 얼마 안 있으면 저승에 가야 되는데, 이렇게 조상들한테 정성을 많이 못 드려서 마음이 무겁단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죽어서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뵐까, 죄스러워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셔서, 복지관은 또 어르신들의 그런 고민을 덜어주는 게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차례상 차리기를 했는데 특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하시고 싶은데 건강이 안 좋아서 못하시는 어르신들, 그런 어르신들이 아주 편안해 하시고 또 이렇게 차려주셔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하셔서 우리가 지금 벌써 17년 째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녹취: 현장음]

합동차례지만,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도 더 격식을 갖춰 정성껏 지내는데요, 성균관유도회 은평지회가 집전을 맡아 분향과 헌작, 재배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녹취: 김승권, 성균관 유도회 은평지회] “제례는 옛날서부터 쭉 지내오던 그대로 지냈고요, 아주 복잡한 건 간소하게 지냈습니다. 제례 중에는 삼헌관 제도를 채택해가지고 헌관 세 분이 나와서 제례를 지내는 형식인데, 초헌관에는 우리 김승자 관장님이 나오셨고 아헌관에는 우리 구청장님이 했고 또 종헌관에는 제자 분들 중에서 자손들 중에서 제사를 모시는 이런 식으로 죽 해 왔습니다. 그거는 이제 예법대로 절을 할 때는 반드시 두 손을 마주 공수를 해서 읍을 하고 절을 하고, 당연히 술을 올려야 되죠. 옛날서부터 제사에 술이 없으면 안되니까. 자손들이 많으니까 다 섯 분씩 나와서 절을 올렸습니다. 예법으로는 큰절을 다 해야 되는데, 다리가 불편하면 서있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앉은 채로 했고, 또 종교를 초월해서, 절을 않는 종교가 있기 때문에 절을 않는 종교는 그 종교의 법을 따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저의 또 위의 선생님이 쭉 하시다가 그대로 제가 이어받은 게 오 년 째 되는데요, 자손들의 정성도 대단하고 참여하는 정성도 대단하고요, 또 제를 이렇게 집전하는 사람도 뿌듯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갖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 중에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이 많은데요,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 하면서 위로를 얻습니다.

[녹취: 합동차례 참가자] “외롭죠. 혼자 이제 아무도 없고, 고향에 못 가니까.”

“명절 때 되면 다른 집은 다 자손들이 모여서 서로 즐겁게 지내는데, 좀 쓸쓸한데 복지관에서 이와 같이 준비해 주니까 감사하고 좋습니다.”

“이북서 못 지낸 제사를 내가 지내니까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우리 동생 셋이 있는데, 어쨌든 잘들 있고 잘들 살거라. 난 걱정 없이 잘 있으니까 내 걱정은 절대로 하지마. 나는 잘 있다.”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차례상을 차리고 싶어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몸이 불편해서 매년 명절마다 마음이 불편하게 마련인데요, 매년 이 곳에서 여는 합동차례 덕에 근심을 조금은 덜 수 있습니다.

[녹취: 합동차례 참가자] “복지관에서 이거라도 해 주니까 감사하고, 기분 좋죠. 차례상을 한 번도 안 빠지고 이렇게 해 주니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해마다 복지관에서 이와 같이 자리 마련해 주셔서 제사 지내게 되니까 마음이 좋고요, 또 항상 복지관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여기서 하니까 집에서는 안 하지, 다음엔. 못 지내지. 혼자 있으니까.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하시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조상님 이렇게 내가 올렸습니다.”

합동차례 후에는 지역 내 음식점에서 후원하는 점심식사도 제공했고요, 한마음연예봉사단의 설맞이 축하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지역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새배와 재롱잔치까지 다양한 행사들로 명절 분위기를 한껏 즐겼습니다.

서울시립은평노인복지관의 김승자 관장은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설과 추석에 합동차례를 꾸준히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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