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먼저 전해 드리고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요일(20일) 북미 자동차 전시회장을 찾아 미국 자동차 산업 부활을 자축했다는 소식, 또 미국 내 불법 이민자의 수가 계속 줄고 있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대선 후보들이 열띤 선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현재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텍사스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요. 이 두 후보가 선전하는 것이 공화당의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는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표방해오던 보수주의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겁니다. 주류 공화당 세력은 이 두 후보가 공화당의 보수 가치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두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두 후보가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와 달리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우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전부터 전형적인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고요. 또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비하하거나 이슬람신자들, 즉 무슬림의 입국을 완전히 막겠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는데요. 이런 극우주의적인 태도는 공화당의 보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테드 크루즈 의원의 경우도 강경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공화당 내 기성세력을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공화당의 전통 가치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 극단주의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 기성세력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데요. 그만큼 공화당원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의 유세현장에 가면 수백, 수천 명의 지지자가 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들 지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껏 전통 공화당 정치인을 지지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건데요. 하지만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는 보수적인 가치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줄 수 있는 후보들이라는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지자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이 두 후보의 지지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일반 서민들이 많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고졸 학력에,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 남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특히 공화당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 무역이나 친 이민 정책 등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자유 무역을 추진하면서 일자리가 줄었고 또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임금이 줄었다는 불만과 함께 이민자들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면서 미국 내 인구 지형이 바뀌는 데도 불만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이들의 불만에 동의하고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전통적인 공화당원들 중에는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주류와 비주류 공화당 세력 간의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노동자 계층 공화당원의 요구로 인해 공화당이 자유무역이나 미국의 해외문제 개입에 반대하고 좀 더 국수주의적이고 또 국경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기성 공화당의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공화당 대선후보에 출마했다가 지난달 경선 포기를 선언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분열과 관련해 뼈있는 한마디를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돼 대통령에까지 당선된다면 공화당 기성세력은 공화당이 무엇을 대표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후보나 크루즈 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면 이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동안 공화당을 발전시켜온 전통적 가치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런 노력이 뒤따른다면 공화당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영원히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공화당의 이런 분열에 또 불씨를 당기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더군요? 바로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화요일(19일)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죠. 페일린 주지사의 경우 당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때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또 결국 대선에서도 실패했는데요. 하지만 풀뿌리 보수 운동인 ‘티파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내 기성세력과는 썩 좋은 관계에 있지를 못했다고 하네요. 그런 페일린 전 주지사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면서 트럼프 후보는 보수적이고 기득권에 반대하는 인물이라는 효과를 얻게 됐지만 공화당 내 분열은 더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와중에 주류 공화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공화당의 분열에 일침을 가했는데요. 특히 테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 대선후보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밝혀서 화제가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전 캔자스 주 상원의원이 그렇게 말했는데요. 돌 전 의원은 올해 92살로 연방 상, 하원의원 경력이 35년에 이르는 유명 정치인입니다. 돌 전 의원은 수요일(20일) 한 인터뷰에서 테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건 대재앙이자 당에 광범위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밥 돌 전 의원은 그러면서 크루즈 의원이 과연 공화당에 얼마나 충성심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크루즈 의원의 입에서 ‘보수적’이라는 말만 들었지 ‘공화당’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은 거의 없다며 크루즈 의원은 과격주의자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밥 돌 전 의원은 크루즈 의원보다는 트럼프 후보가 더 낫다고 말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후보도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를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성격이 좋은 것 같고,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의회와 일을 잘해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공화당 기성세력을 대표하는 돌 전 의원은 어떤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기자) 네, 돌 의원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야말로 진실하고 정직하며 정치적 경력도 있는, 대통령으로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시 후보가 아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낼 결정적인 계기를 아직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돌 의원은 또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크루즈 의원이 돌 전 의원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앞서 크루즈 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밥 돌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돌 의원이 마음이 상했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크루즈 의원은 상원 회의장에서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곤 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말해야지 어떻게 공개적으로 같은 당 지도부를 향해 그 같은 표현을 쓰냐며 크루즈 의원은 대통령이 돼도 의회와 함께 일하기 힘들 거라며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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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 중서부 미시간 주에 있는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데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요일(20일) 디트로이트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디트로이트 시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를 찾았습니다. 북미 국제 오토쇼는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전시회장을 방문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년 동안 미국 자동차 산업이 되살아나면서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2008년에서 2009년 국제 금융 위기 때 재정난을 겪는 회사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덕분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부활할 수 있었다면서 자축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해였죠?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기업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동차 산업 구제금융은 2008년에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했는데요. 다음 해 들어선 오바마 행정부가 대부분 감독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는데요. 자동차 회사들이 경영을 잘못해서 재정난에 빠졌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구제해주는 건 옳지 않다는 거였죠.
진행자) 하지만 행정부가 계속 밀고 나갔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2009년 5월에 크라이슬러가, 다음 달에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는데, 그냥 내버려두면 미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겁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총 8백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제공했습니다. 그 뒤 미국 정부는 주식 매각과 부채 상환 등을 통해 구제금융에 들어간 돈 대부분을 회수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수요일(20일) 포드 자동차 공장도 방문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미시간 주 웨인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고 미국 자동차노조(UAW) 소속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했습니다. 포드는 국제 금융위기 때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회사였죠.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당시 도박을 해야 해서 미국 노동자들에게 걸었는데, 이는 옳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덕분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되살아났고 미국 경제와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었다는 거죠.
진행자) 실제로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가 사상 최다 기록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재정난을 겪던 2009년에 자동차 판매율이 2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겁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와 트럭의 수는 1천7백50만 대가 넘었습니다.
진행자)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 개발한 신형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가 북미 국제 오토쇼인데요. 혹시 오바마 대통령의 눈길을 끈 자동차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1년 뒤면 퇴임할 테니 새로 자동차도 장만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GM 자동차 전시장에서 2017년형 쉐보레 전기자동차 볼트를 보고 멋지다며 운전석에 앉아보기도 했고요. 포드 전시장에서는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크라이슬러 전시장에서는 신형 하이브리드 승합차 퍼시피카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일반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의 혼합형으로 매연이 덜 나오는 친환경 자동차를 말하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친환경 자동차들을 주로 관찰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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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이번 주초 연방 대법원이 불법 이민자 구제를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심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데요. 크게 문제가 되는 것과는 달리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가 어제(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요. 2014년 현재 미국에 있는 불법 이민자 수는 1천9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가 1천4백만 명 미만으로 집계된 것은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요.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민연구센터’는 미국 연방 센서스국이 발표한 2014년 인구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2008년 이후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수가 매년 계속 줄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불법 이민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요?
기자) 네,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인데요. 또 남미와 유럽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도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최근 중미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늘고 있긴 한데요.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불법 이민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는 거죠.
진행자) 요즘 멕시코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가 준 게 아닌가 싶네요.
기자) 잘 보셨습니다.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멕시코에서 살 만 하니까 굳이 미국에 불법으로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거죠. 멕시코 불법 이민자 수는 2008년 이후 1백만 명 이상 줄었는데요. 하지만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가 여전히 가장 많은데요. 1천9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 가운데 6백만 명이 멕시코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절반이 넘는 거죠.
진행자) 공화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묘사했고요.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높은 벽을 세워야 한다고 하면서 불법 이민자 문제가 대선 쟁점이 됐는데요. 이번 보고서가 대통령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기자) 이번 보고서를 펴낸 ‘이민연구센터’의 케빈 애플비 국제 이민정책 담당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부 정치인들이나 대통령 후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보고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김현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