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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과 트럼피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가 18일 뉴햄프셔 주 콩코드 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후보가 18일 뉴햄프셔 주 콩코드 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한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매카시즘이 조만간 트럼피즘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제하의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 이 시간에는 매카시즘과 트럼피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매카시즘이란 뭘까?"

네. 매카시즘은 매카시(McCarthy)라는 말에 사상이나 주의를 뜻하는 영어 ism을 붙여 만든 합성어입니다. 매카시는 1950년대 활동한 미국의 정치인, 조셉 레이먼드 매카시의 성이죠. 조셉 매카시는 미국 중북부 위스콘신 주 출신으로 1947년부터 1957년 사망할 때까지 공화당 상원의원을 역임한 인물인데요. 1950년 2월 9일,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한 공화당 모임에서 미국 국무부 안에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하면서 미국 정가는 물론이고 교육계, 노동계, 문화계 인사들조차 이념의 광풍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매카시즘은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미국을 휩쓴 적색 공포, 반공 열풍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거짓과 선동 등을 일삼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매카시 의원의 주장은 정말 사실이었을까?"

제대로 된 증거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국무부에 있다는 공산주의자의 숫자를 두고도 오늘날까지 엇갈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카시 의원이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한 발언을 녹음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매카시 의원이 205명이라고 말했다, 57명이라고 했다, 81명이다, 10명이다,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고요. 무엇보다 매카시 본인 자신도 번번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어쨌거나 매카시는 국무부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한 번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전 세계가 냉전 시대를 맞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소련에 이어 중국도 공산화됐고, 한반도 역시 매카시 의원의 발언이 있고 난 지 몇 달 후 전쟁을 치르죠. 이런 공산주의의 급격한 팽창에 위협을 느끼던 차에 매카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이 나오자 미국 조야는 발칵 뒤집힙니다. 소련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안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광풍이 휘몰아쳤고, 그 중심에 매카시 의원이 서 있었습니다.

"매카시즘, 거짓과 선동주의"

1950년 6월, 공화당 의원 몇 명이 이른바 양심선언을 발표합니다. 자신들이 공산주의자였다는 거죠. 이는 매카시의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었습니다. 특히 에드거 후버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존재는 매카시 의원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거기다 1953년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가 들어서자, 매카시 의원은 상원 정부활동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정부 내 공산주의자 색출을 진두지휘합니다. 내노라하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심지어 유명한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 같은 문화계 인사조차 반공, 매카시즘의 광풍에 쓸려 일자리를 잃어야 했습니다. 매카시는 급기야 정부와 군을 비판하기에 이릅니다. 공산주의에 너무 약하게 대처한다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똥을 피해 잔뜩 몸을 사리고 있던 정치인들과 전문가, 지식인들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일어섭니다. 매카시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죠. 결국 매카시 의원은 1954년 12월 상원에서 불신임당합니다. 매카시 의원은 상원 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동료 의원들은 그를 기피했고요. 그로부터 3년 뒤 매카시 의원은 48살 젊은 나이로 사망합니다. 공식 사인은 간염이었는데요, 알코올 중독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매카시가 주장한 대로 공산당 세력이 미국 정부 깊숙이 파고든 적은 미국 역사상 없었다는 게 역사적 평가입니다.

"트럼피즘이란 뭘까?"

네, 트럼피즘은 매카시즘처럼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성에다 ism을 붙인 말입니다. 앞서도 소개해드린 것처럼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는 이 트럼피즘이 조만간 거짓과 선동, 날조를 상징하는 매카시즘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었죠. 사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막말 정치로 유명합니다.

[녹취] 트럼프 발언

한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후보, 멕시코 사람들은 미국 땅에 좋을 걸 갖고 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이 가지고 오는 건 마약과 범죄, 강간 같은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한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공격을 받았을 때 뉴욕에 있던 수많은 이슬람교 신자들이 환호하는 걸 봤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거침없는 막말을 하는 트럼프 후보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 선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하지만 지지자들로부터는 중요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할 말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트럼피즘은 선거 초기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일으키던 돌풍 현상을 일컫던 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대중인기 영합주의에 의존해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 정치적 극단주의에 의존하는 현상을 빗대 트럼피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피즘을 부상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매카시즘과 트럼피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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