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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국 내 탈북자들의 특별한 송년 모임


탈북자 김영옥 씨의 딸 안젤라 김 양의 결혼식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시 매리엇 호텔에서 지난 26일 열렸다. 미국 전역에서 온 37명의 탈북자들이 결혼식에 참석했다.
탈북자 김영옥 씨의 딸 안젤라 김 양의 결혼식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시 매리엇 호텔에서 지난 26일 열렸다. 미국 전역에서 온 37명의 탈북자들이 결혼식에 참석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 입니다. 통상 연말연시에는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데요,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지난 주말 한 자리에 모여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 풍경] 미국 내 탈북자들의 특별한 송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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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음: “절반만 자시고 제가 지면 제가 마실 거예요. .. 아 난 항복..”]

지난 27일 일요일 오후 미 동북부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시내 그리 크지 않은 단독주택. 아예 문을 열어놓고 큰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자에서 십 수 년 된 탈북자 등 40여 명의 탈북자가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이들은 미 서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중남부 텍사스, 동북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 등 10여 개 주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입니다.

남편 아내 자녀와 함께 온 탈북자 가정, 최근 결혼한 신혼부부, 대학생, 70대 노인 등 다양합니다.

[현장음: “영어 러시아어 다 배웠다고… 누이가 매를 맞아 죽어도 그걸로 끝이야..”]

매년 같은 이야기이긴 해도 각자가 북한에서 살았던 얘기와 미국에서의 생활에 대한 대화는 늘 새롭습니다.

[현장음 : 노래방, 카드놀이 “ 그걸 기다려야지, 하하하”]

북한에서 즐겨 했던 카드놀이인 ‘사사끼’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1 년 동안 묵혀뒀던 회포를 풉니다.

먹고 살기 바빠 1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지만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것은 늘 어머니 같고, 언니 같고, 누나 같은 탈북자 김영옥 씨 때문입니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거주하는 함경도 출신 50대 탈북인 김영옥 씨는 지난 2007년 미국에 입국한 지 1년 만에 집을 사고 사업체를 열고, 시민권을 따는 등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주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원봉사상을 받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유명세도 탔습니다.

탈북자들은 바쁜 삶 속에서도 오랫동안 물심양면 도와준 김 씨 집안의 경사가 남의 일 같지않아 한 걸음에 달려온 것입니다. .

[현장음 :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선언합니다..”]

지난 26일 김 씨의 큰 딸 안젤라 양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입니다.

리치몬드 시내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200여 명의 하객이 모여 안젤라 양의 새 출발을 한 마음으로 축하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 자리를 빌어 미국에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을 때 가족처럼 함께 해준 김 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나눴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에 입국한 20대 여성 최현아 씨는 엄마 같고 이모 같은 김 씨의 가족을 축하하기 위해 서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먼 걸음을 했습니다.

[녹취: 최현아] “너무 많이 도와주시는 데 너무 감동 먹어서 저렇게 좋은 이모가 생긴 게 전 영광이죠. 저도 저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모처럼 목표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영옥이 이모가 롤 모델이죠. 이모 하시는 일 쪽으로 하고 싶거든요.”

역시 캘리포니아 주에서 온 김하나 씨는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비행기로 날아왔습니다.

[녹취: 김하나] “당연한 거죠. 저의 신랑도 어서 가자고 티켓 사서 왔죠. 우리 조카 결혼식인데 당연히 오죠. 저한테는 너무 특별한 분이라, 먼 곳에서 바쁜 속에서 와서 아기 생일도 축하해 주시고, 지금도 항상 물어보고 엄마 같은 심정, 뭘 먹고 사는지 아프진 않은지, 부모 같은 심정.”

김하나 씨는 서로 모르는 탈북자들이 한 자리에서 한 마음으로 모인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는데요, 김영옥 씨의 말을 떠올리며 그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소망했습니다.

[녹취: 김하나] "언니가 그랬어요. 난 정말 우리 북한 사람들 한 곳에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고. 북한 동네를 이뤄서 서로 돕고 찾아보고..그게 난 아직도 감사하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 탈북자정착 지원단체인 미주자유북한인연합회 박철 대표는 누구보다 고마운 마음으로 김 씨의 딸 결혼식을 맞았습니다.

박 대표는 김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철] ”한마디로 말하긴 단순하죠. 저 같은 경우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가 망가지고 생사의 기로에 있었는데, 3천 불을 보내주고 또 직접 와서 병 치료하라고 4천 불을 주고 갔어요. 그걸 떠나서 너무 고마운 거죠. 한 마디로 말할 수 없게 저뿐만이 아니예요 ..”

박 대표는 김 씨가 탈북자들에게 축복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면서 김 씨의 모습이 탈북자들에게 긍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결혼한 20대 탈북 남성 조진욱 씨 역시 김 씨의 삶을 보며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인권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 조진혜 대표는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 여유롭게 자유를 누리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함께 모여 마음껏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인권이라며 울먹였습니다.

[녹취:조진혜 대표] "미국 입국 8 년이 되는데 결혼식에 가려고 미용실 가서 머리를 해야지 생각하는데 8 년이 걸렸어요. 결혼식에 가려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우리 인생에 화려한 결혼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내놓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살아있으니까 이런 감정도 느낀다는 생각에..더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현장음 : 중국말 ]

탈북자들의 대모로 불리는 김영옥 씨는 이날 중국인 사위를 맞았는데요, 중국 손님 접대도 분주했지만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먼 길 달려와 준 탈북 동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녹취: 김영옥] “ 힘들게 온 길은 탈북자가 잘 알잖아요. 모든 탈북자들이 건강하고, 우리가 여기에서 잘 살고 행복하게 살지만 앞으로 우리가 통일된 그날, 통일을 위해서라면 뭐든 일이 거기에 대한 모든 각오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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