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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방송절, 보도는 실종되고 선전선동만 남아


북한 유일의 전국 TV채널인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체조동작 <김광숙 동작>'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새 방송기술인 '가상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자료사진)
북한 유일의 전국 TV채널인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체조동작 <김광숙 동작>'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새 방송기술인 '가상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자료사진)

14일은 북한의 주요 기념일 가운데 하나인 방송절입니다. 북한의 방송은 최근 가상 스튜디오 진행을 선 보이며 기술적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용은 여전히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북한의 방송을 접하는 주민들의 시선은 매우 냉소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월 14일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1970년 김일성 주석의 1945년 첫 평양 귀환 중계 방송을 기념해 제정한 방송절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45년 평양에서 전국에 중계되는 가운데 개선 연설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소련군의 환영집회였다고 많은 역사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은 최근 방송절을 앞두고 초보적인 형태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가상 스튜디오 진행을 시도하는 등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세계적 선수의 재능을 남김없이 떨쳤습니다….”

북한 방송의 이런 모습은 화려한 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이는 이 곳 미국과 한국의 TV 방송 기술에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은 수십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 20여년 간 기자와 작가로 활동했던 한국의 탈북민 장해성 씨는 14일 ‘VOA’에 북한의 방송은 여전히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인민이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김정일이나 김정은이가 내려 먹히고 싶은 것! 자기들이 요구하는 쪽으로 방송을 해야 하거든요. 이 게 수 십 년 동안 쭉 왔지요. 이렇게 말해야만이 방송인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누구도 말 못합니다.”

방송과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고 인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정권이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만 고스란히 보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장 씨는 특히 북한의 이런 언론 행태가 김정일 체제에서 더욱 고착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김정일이 방송과 언론 부문을 다 장악하고 나서는 모든 걸 다 김정일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그의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에는 방송에 남아있지 못하죠. 김일성은 방송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너무 개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김정일은 모조리 방송 편집, 계획 수립부터 취재 집필, 송출에까지 모조리 자기 생각과 다르게 하지 못하게 했어요.”

장 씨는 동료들이 이런 행태 때문에 많은 자괴감에 빠졌고 소수 동료들은 불만을 뒤에서 토로한 게 발각돼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국제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2010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언론인 2 명이 요덕관리소에서 강제노동 중 사망한 사례를 폭로하며 북한의 언론 탄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조선중앙 텔레비전’의 기자였던 차광호 씨와 같은 언론사 소속 카메라맨 김경찬 씨가 언론의 자유에 의문을 제기한 뒤 수감돼 숨졌다며 뒤늦게 확인된 이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단체의 벤자민 이스마엘 아시아담당 국장은 ‘VOA’에 북한은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 가운데 하나로 다른 나라와 비교 자체가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They strictly control what Korean…”

북한은 정부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가장 초보적인 언론의 독립성 조차 없을 정도로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겁니다.

북한을 탈출해 지난 1996년 한국에 입국한 장해성 씨는 당시 한국의 자유로운 언론 보도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방송 기자든 작가든 딱 하라는 말만 해야지. 여기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중대한 차이입니다. 다시 말하면 여기서는 제가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잘못된 것도 잘했다고 해야지. 잘못했다고 하면 그날로 기자의 생명이 끝나거든요. 저는 여기 와서도 방송 출연을 많이 하는데 있는 그대로 얘기합니다. 국정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아니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합니다. 그 게 근본적 차이죠.”

북한 통전부 출신인 한국의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이런 언론과 방송 기능이 없기 때문에 김씨 정권의 압제와 부정부패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사회 정화란 것은 언론이 있을 때 가능한데, 자유 언론이 없으니까 오직 북한 주민들이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할 권리는 충성심 강요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의 부정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요.”

많은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은 방송 내용 뿐아니라 아나운서들의 방송 스타일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에서도 남북한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은 정부를 감시하고 문제를 폭로하는 뉴스 등 시사프로그램 뿐아니라 다양한 예능 프로와 드라마, 스포츠 생중계, 요리와 여가, 쇼핑, 스타가 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십 개의 채널들이 있지만 북한의 방송은 매우 단조롭다는 겁니다.

장해성 씨는 북한 방송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를 시청하는 북한 주민들의 사고와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방송을 과거처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게 큰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 자체가 이제는 북한 중앙방송이니 테레비니 다 김정은이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것뿐이지 기자가 자기 보는 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 다 알고 있어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북한 방송과 언론 신문 보도 다 김정은이 하라는 대로지 어떤 기자가 객관적으로 보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용 선전수단이란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외부 정보의 유입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많이 깨어 났다는 겁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이스마엘 국장은 김정은 정권이 이런 주민들의 의식을 반영해 국가를 조속히 개방하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It should open the country that expression of…”

언론의 독립성과 민간 매체들의 활동을 허용할 때 국가의 투명성이 보장돼 해외의 투자 유치를 이끌수 있어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대외적으로 주민의 표현의 자유를 법적으로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정례검토(UPR)에 참석한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의 말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공화국 헌법 제 67조에는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민들은 법의 보호 속에 자기 의사를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시하고 있으며 저작 및 문학 예술 활동도 맘껏 하고 있습니다.”

장해성 씨는 그러나 북한의 방송 언론인들이 이런 정부의 위선적 행태에 적지 않은 자괴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 표현하기는 힘들겠지만 분별력을 꼭 유지할 것을 후배 방송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해성 씨] “나라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누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라! 말은 하지 말고 말하면 잡혀가니까. 속으로 생각을 해라 어느 게 옳고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판단력을 키워라. 전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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