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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려링크 기술자 "북한, 고위 간부용 이동통신망 별도 운영"


지난 2013년 북한 평양 공항의 '고려링크' 부스에서 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대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북한 평양 공항의 '고려링크' 부스에서 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대여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고위급 간부들을 위해 별도의 이동통신망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안상 이유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엔케이 뉴스 (NK News)’는 북한에 고위급 간부들을 위한 별도의 이동통신망이 존재한다고 20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의 이동통신회사인 고려링크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아메드 엘-노아마니 씨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려링크에 내국인과 외국인용 통신망이 따로 존재하며, 고위 간부들 (VIP)만 이용하는 제3의 통신망이 별도로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위 간부들을 제외한 다른 사용자들은 이 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려링크 출범 당시 자체적으로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통신망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북한이 그 대안으로 고위급 간부들만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통신망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엘-노아마니 씨는 다른 통신망이 해킹 공격 등에 뚫리더라도 고위 간부용 통신망은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기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사용하는 기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통화를 감시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세계 대부분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설치하는 ‘합법 도감청 통로’란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통화내용을 감청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읽을 수 있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엘-노아마니 씨는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이 뛰어나 정권의 필요에 따라 개인통신 내용을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부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엘-노아마니 씨는 자신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시킨 것은 인공위성 발사와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사행진 기간 등 단 두 번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당국이 추모를 위해 1백일 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엘-노아마니 씨는 또 북한이 2세대 이동통신망 대신 3세대 이동통신망을 채택한 것은 보안상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측면에서 2세대 이동통신은 통제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엘-노아마니 씨는 지난 2004년 발생한 용천역 폭발 사고에 대해 알고 있다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암살하기 위해 누군가 보안이 미비한 2세대 이동통신 전화기를 이용해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 김정일 위원장이 2세대 통신망을 차단하도록 지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엘-노아마니 씨는 북한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처럼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나라의 경우 통화 시간이 보통 30초에서 35초를 넘기지 않는데, 북한에서는 평균적으로 90초가 넘었다는 겁니다.

엘-노아마니 씨는 사람들이 퇴근한 뒤 집에서 서로 통화를 하는 밤 시간대에 통화량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엘-노아마니 씨는 자신이 북한에 있었던 3년 전에 이미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1백90만 명에 달했다며, 최근 증가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수요를 다시 자극한다면 6백만 명까지 가입자 수를 늘릴 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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