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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 최저임금제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VOA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는 15일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미국 전역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과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의 최저임금, 도대체 어떤 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최저임금에 관해 설명을 하기에 앞서서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금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장양희 기자는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나요?

진행자) 네, 저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만족하시는지요?

진행자) 일단 저의 재능도 활용할 수 있고, 우리 방송이 의미도 있고, 또 이 일을 통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이 되니까 즐겁게 일하는 거죠.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장 기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인데 임금이 너무 적어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 계속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진행자) 글쎄요. 제가 워낙 방송일 좋아해서 일은 계속하겠지만 아무래도 다른 직업을 하나 더 찾아야겠죠? 결국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겠고요. 아니 그런데 갑자기 왜 직업만족도를 물어보시나요?

기자)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 최저임금이 바로 이런 노동자의 삶의 질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고용주는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자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당연히 지급해야 하고요. 그런데 고용자가 직원에게 노동의 대가를 너무 적게 지급한다면 그러니까 임금을 너무 적게 준다면 그 노동자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기는커녕 먹고 사는 게 막막해지겠죠? 최저임금은 바로 이런 고용주의 노동력 착취를 막기 위해 생겨난 제도인데요. 노동자가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을 법으로 정해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임금지급제도가 바로 최저임금제입니다.

진행자)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최저임금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저임금제를 최초로 시행한 나라는 뉴질랜드로 알려졌는데요. 1894년 뉴질랜드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시행했고 미국은 1938년에 한국은 1988년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의 최저임금제도는 어떤 배경에서 탄생한 건가요?

기자) 미국은 1938년, '공정노동 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제정하면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 법은 남녀 노동자의 노동 노력에 합당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는데요.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그리고 민간기업에서 지급해야 할 최저임금과 근무시간 외 추가수당, 청소년 노동 기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죠. ‘공정노동 기준법’ 제정 당시, 근로자가 1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44시간으로 제한했고 시간당 최저임금은 25센트였습니다.

진행자) 약 80년 전에 최저임금이 시간당 25센트였다니 믿기지 않네요. 지금은 25센트로 가게에서 음료수 캔 하나도 못 사 먹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이렇듯 물가는 시간이 흐르면 계속 오르게 돼 있죠. 그런데 최저임금이 그대로라면 노동자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소비재와 봉사는 줄어들게 되니까 실질임금은 하락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 의회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정노동 기준법’을 개정해서 최저임금 수준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얼만가요?

기자)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입니다. 지난 2009년에 6달러 55센트에서 70센트가 올랐는데요. 이후 6년간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아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임금 수준이 1970년대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올리려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최저임금인 7달러 25센트, 북한으로 치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제가 북한 장마당의 쌀 시세를 통해서 어느 정도 되는 돈인지 계산을 해봤습니다. 지난달 북한의 장마당 시세를 보니까 평양의 장마당에서 쌀 1kg이 북한 돈 5천 원에 팔리고 있더라고요? 당시 환율이 1달러에 북한 돈 8,100원이니까 7달러 25센트면 북한 돈으로 5만 8천 원정도가 됩니다. 그러면 장마당에서 쌀을 거의 11kg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 됩니다.

진행자) 1시간 일해서 이 정도를 받는다면 적지 않는 돈 같은데요?

기자) 네, 하지만 미국에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국인들이 1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속성음식점인 맥도날드에서 파는 햄버거 세트가 음료까지 포함한 금액이요. 보통 5달러에서 6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7달러 25센트는 미국인들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만약 시간당 7달러 25센트를 받는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한다고 쳤을 때 한 달에 버는 돈이 1천1백 달러가 좀 넘는데 가족이 여러 명 있다면 생활하기가 정말 팍팍한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초 국정연설에 나와서까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의원들에게 "여기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풀타임 그러니까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면서 1년에 1만 5천 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러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시죠.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표를 던지십시오", 이렇게 연설해서 지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요구하는데 왜 의회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걸까요?

기자) 우선 이렇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살리는 법안에 소요되는 예산이 많기 때문에 지금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고서 정부 지출을 줄이길 원하는 공화당이 달가워하지 않는 겁니다. 거기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일종의 양날의 칼과 같기 때문이죠.

진행자) 양날의 칼과 같다니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의회예산국이 지난해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인상하면 1,650만 명의 근로자들이 임금이 오르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5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최저임금이 올라서 기업이 부담하는 노동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이 이 비용을 충당하려고 제품 가격을 높이게 되고, 이렇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이 고용을 줄이게 된다는 거죠.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기업이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등 다른 곳에 투자를 하게 될 텐데, 이런 것들도 결국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Sting

진행자) 미국뉴스 따라잡기, 미국의 최저임금제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에서는 최저임금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최근 주 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들은 많이 있죠?

기자) 네, 현재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7달러 25센트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더 높은 지역은 워싱턴 DC와 29개 주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최저임금이 높은 주는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 주로 올해 1월 1일부터 시간당 9달러 47센트로 올랐고요. 두 번째인 오레건 주도 최저 임금이 시간당 9달러 25센트로 올랐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주가 앞으로 점차 최저임금을 올려나갈 예정입니다.

진행자) 주에 따라서도 최저임금이 다르지만 각 시에서도 최저임금제를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워싱턴 주의 시애틀 시가 미국에서 최초로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따라서 시애틀 시에서는 앞으로 직원 5백 명 이상의 기업은 2017년까지 그리고 5백 명 이하의 사업장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15달러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합니다.

진행자) 그리고 미국 대기업들의 시급인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속성음식점 인맥도날드가 오는 7월 1일부터 1천 5백개 직원의 매장 직원들에게 해당 지역의 법정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최고 1달러를 더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9달러 1센트인 맥도날드 직원의 평균 시급은 9달러 90센트로 오르고 내년 말에는 최소한 10달러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앞서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6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했고, 소매 유통업체 2위인 타깃 등도 시간당 임금을 올리는데 동참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저임금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당 15달러에는 아직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맥도날드와 월마트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오는 15일에 있을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의 소비 지출을 늘여서 미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진행자)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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