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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인준절차


지난달 4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 상원의 인준절차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VOA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공직자들은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도 있지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해서 바로 감투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잘 맞는지, 자질은 갖췄는지,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기관이 있는데요. 바로 상원입니다. 미 의회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을 인준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요.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법이 정한 관리를 지명하고 상원의 ‘권고와 동의’를 얻어서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진행자) 미 의회에는 상원과 하원이 있는데요. 인준권은 상원에만 있는 권한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의회는 각주의 인구에 비례해 뽑는 하원과 각 주의 인구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2명을 뽑는 상원이 있는데요. 상원과 하원은 둘 다 동등하게 입법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동등한 권한을 갖는 거죠. 하지만 정부 각료나 대사와 같이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상원에만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어떤 공직자들이 상원의 인준절차를 걸쳐야 하나요?

기자) 네, 각 부처의 장관에서부터, 대사, 대법관, 연방판사, 군 요직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데요.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지명하는 정부 관리, 특히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자 수는 3만 5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생각보다 아주 많네요. 그렇다면 이 많은 공직자가 다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기자) 모든 대상자가 엄격한 절차를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간 의원들이 1년 내내 인준안을 처리하느라 입법활동은 할 시간도 없겠죠? 대부분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인준되는데요. 하지만 장관이나 차관보급 이상의 연방 행정부 고위직이나 연방 대법관, 연방수사국 국장, 군 장성 그리고 대사 등 6백여 명은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칩니다.

진행자) 그런데 과거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 인준을 받지는 않았다고요?

기자) 네, 19세기에는 고위 공직자 몇 명만 상원의 인준을 받았는데요. 그러다가 다른 공직자들도 상원 인준 대상에 포함하는 의회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그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거기다 상원 인준 과정 또한 점점 더 까다로워져서 1950년대부터 상원의 해당 위원회에서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해 공개 청문회를 여는 게 관례로 굳어졌습니다. 거기다 언론이 발전하고 대통령 지명자에 대한 정보 입수가 쉬워지면서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도 생기기 시작했죠.

진행자) 그럼 상원 인준 표결에서 의원들이 몇 명이나 찬성하면 인준이 확정되는 건가요?

기자) 네, 출석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가 됩니다.

진행자) 이때까지 상원은 대통령이 측근을 기용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해서 대부분의 지명자를 인준해왔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요. 2백여 년의 미국 역사에서 행정부 내 각료급 지명자가 상원에서 완전히 거부당한 경우는 모두 9차례입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1989년에 있었는데요. 부시 전 대통령은 존 타워 전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했지만, 타워 전 의원이 미군을 상대로 사업하는 회사와 관련을 맺은 적이 있는 데다 여자 문제까지 불거진 겁니다. 타워 지명자는 모든 의혹이 사살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찬성 47대 반대 53으로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상원에 입법권한 외에 이렇게 인준 권한까지 있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바로 미국 정치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인준권한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동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무리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해도 고위 공직자 임명 과정은 수 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또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는 과거 행동이나 발언을 샅샅이 파헤치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는 지명자는 인준 표결에 앞서 미리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아예 지명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뉴스 따라잡기, 미 상원의 인준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현재도 몇 달째 인준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지명자가 한 명 있죠?

기자) 네, 바로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지명자입니다. 린치 지명자는 흑인으로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 출신인데요. 린치 지명자가 최종적으로 상원의 관문을 넘으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수장 자리에 오르게 되죠.

진행자)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로레타 린치를 지명한 게 지난해 아니었나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11월 초니까 벌써 5개월 가까이 검증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거죠. 사실 상원의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새 법무장관 인준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상원 전체회의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겁니다. 거기다 상원이 봄 휴회를 마치고, 4월 중순쯤에야 표결할 것으로 예상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린치 지명자는 최근 30년 새 가장 오래 인준을 기다린 지명자가 될 것이라는 그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인준까지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새 의회가 꾸려지는 올해 초로 인준 절차를 미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보통 대통령의 출신 당과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다수당이 다를 경우, 인준안 문제도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의 성향이 다수당의 성향과 맞지 않으니까 무한정 표결을 미루는 식으로 지명자의 인준을 거부하는 전략을 쓰기도 하죠.

진행자) 그럼 인준안 처리는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는데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이렇게 세 대통령의 임기 동안 지명자들이 얼마나 오래 기다려서 인준을 받았는지 조사한 내용입니다. 우선 민주당인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기간 지명자가 상원의 인준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6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했을 당시엔 지명자의 절반만 인준을 받았고요. 토고 웨스트 보훈장관은 인준까지 147일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어땠나요?

기자) 부시 대통령의 지명자들은 인준을 받는데 평균 44일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장악했던 임기 마지막 2년간은 상원의 인준을 통과한 지명자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현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습니까?

기자) 평균 56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011년에 존 브라이슨 상무 장관은 인준을 받기까지 142일이 걸렸는데요.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브라이슨 지명자를 일종의 인질로 잡고 논란이 된 자유무역협정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인준을 미루었었죠.

진행자) 미국 각료들의 인준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지명자가 자질과 도덕성도 갖춰야겠지만 정치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구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진행자) 그나저나 140일 가까이 기다려온 로레타 린치 새 법무장관 지명자, 과연 언제쯤 인준을 받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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