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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들, 러시아서 북한거쳐 한국까지 자동차 대장정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며 러시아와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고려인 이주 150주년 국제오토랠리' 참가단이 19일 오후 마지막 종착지인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스텔에 도착해 대장정을 마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며 러시아와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고려인 이주 150주년 국제오토랠리' 참가단이 19일 오후 마지막 종착지인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스텔에 도착해 대장정을 마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광활한 시베리아를 가로지른 뒤 북한을 거쳐 한반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1만5천km에 달하는 이들의 종주 일정을 조은정 기자가 소개합니다.

32 명의 고려인들이 자동차를 타고 시베리아와 한반도를 가로질렀습니다.

조선시대 한인들이 최초로 러시아 연해주에 이주한 지 15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연해주에 정착했던 한인들은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흩어졌고, 약 5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후손을 고려인, 카레이스키라고 부릅니다.

지난달 7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발한 고려인들은 한 달 동안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시베리아-극동을 달렸습니다.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경로를 반대로 거슬러 달린 것입니다.

이들은 이달 8일에 러시아 극동 하산군의 크라스키노에서 북한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들은 백두산에서 ‘백두-한라 자동차 행진 출정식’을 연 뒤 혜산, 함흥, 원산, 금강산 등을 거쳐 14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녹취: 거리 표정] “조국통일” “조국통일”

자동차 행진단이 평양의 통일거리 입구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조국통일”을 외치며 북한 국기와 통일기, 꽃다발을 흔들었습니다.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이날 러시아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 주최로 이들을 환영하는 연회가 열렸습니다.

고려인 자동차 행진단은 다음날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고 만경대 등 북한의 유적지들을 둘러봤습니다.

이어 16일에는 자동차를 타고 군사분계선 MDL을 통과해 한국 땅에 진입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이 자동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분단 69년만에 처음입니다.

[녹취: 김 에르네스 고려인 오토랠리 단장] "In Russian..."

이번 자동차 행진을 조직한 김 에르네스 단장은 한국에 첫 발을 디딘 뒤 “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북에서 남으로 38선을 넘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조 바실리 전 러시아고려인연합회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떠날 때 주민들이 조국통일을 외치며 우리를 환송했다”며 “우리가 대장정을 한 것은 스포츠나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며, 대장정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자동차로 한국 곳곳을 방문했습니다.

17일에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오후에는 한국 내 고려인 최대 밀집 거주지역인 안산의 ‘땟골’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땟골 거주 고려인 40여 명은 이들을 환영했고, 자동차 행진단은 모국에 온 기분을 느꼈습니다.

18일에는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했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러시아와 남북한에서 모은 흙과 연해주산 콩을 교황에게 선물했습니다.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한국 시민 80여 명이 합류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려인들과 함께 차량을 몰았습니다. 약 15 대의 차량이 오후 5시에 부산역 광장에 도착하면서 1만5천km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만세’라는 뜻의 러시아어인 ‘우라’를 외치며 감격을 표현했습니다.

고려인들은 시민들과 러시아, 조선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남과 북이 자주 만나길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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