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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레슬링 선수 "19년 전 북한 방문, 겁나는 경험"


미국의 프로레슬링 선수 릭 플레어 씨. (자료사진)
미국의 프로레슬링 선수 릭 플레어 씨. (자료사진)
19년 전 북한에서 경기를 펼쳤던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가 당시 경험을 회고했습니다. 이 선수는 북한 방문이 매우 겁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995년 4월 28일과 29일, 각본에 맞춰 화려한 싸움을 벌이는 프로레슬링 경기가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한국에서의 격돌’이란 제목 아래 열린 이 경기는 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인 안토니오 이노키가 주선한 것으로, 미국과 일본의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참가했습니다.

첫 날에 15만 명, 둘째 날에 19만 명의 관중이 모여 세계 프로레슬링 역사상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이노끼와 경기를 벌였던 프로레슬링 선수 릭 플레어 씨는 `USA 투데이' 신문 22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당시 북한에 도착해서 비행기에 내리자 마자 매우 겁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방문단의 여권을 모두 수거하고, 일행을 여러 호텔들에 분산시켰으며, 북한인 안내원들이 항상 동행했다는 것입니다.

플레어 씨는 경기 이틀째 날에 자신이 이노키 선수와 대결한 것도 매우 겁나는 경험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중들이 이노키 선수에게만 우호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겁이 났다는 것입니다.

이노키 씨는 북한이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는 고 역도산의 수제자로 북한과 일본 간 체육교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1989년에 일본 참의원으로 당선됐으며, 지금까지 총 28 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플레어 씨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북한 당국이 자신을 비롯한 미국 선수단을 사흘이나 더 붙잡아 뒀다며, 자신에게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해 매우 심란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플레어 씨는 북한을 방문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러우며 북한 사람들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지내는 내내 자신들에게 겁을 주긴 했지만, 북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친절했다는 것입니다.

플레어 씨는 자서전에서도 자신이 북한의 체제선전에 이용 당한 경험을 밝혔습니다.

북한 측 관계자가 북한이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말을 해주길 기대했고, 북한 관영매체는 “김일성이 북한 주민의 행복과 번영,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헌신했다”는 자신의 말을 아직도 인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플레어 씨는 전직 미국프로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의 최근 방북에 대해서는 특별한 견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방문했을 땐 매 순간 실수 없이 진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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