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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부통령 한·중·일 순방 결산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서울 연세대학교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서울 연세대학교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 주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를 순방했습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집중 논의됐고, 북한의 내부 상황도 비중있게 다뤄졌는데요, 기자와 함께 바이든 부통령의 동북아 순방 결과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부통령이 아주 민감한 시기에 동북아시아를 순방했어요.

기자) 네. 보통 때 같으면 대통령이 아니라 부통령의 일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겠지만, 마침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바이든 부통령의 일정 하나하나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정상들과 다 만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또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했습니다.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최고위급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일본이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죠.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상당 부분 겹치고 있고 센카쿠 열도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본에서는 어떤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미국과 일본이 한 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We, the United States, are deeply…”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인데요, 동중국해의 현상유지를 힘으로 바꾸려는 중국의 일방적인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아주 강력한 표현을 썼군요.

기자) 네,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거죠. 중국이 갑자기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바람에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사고와 오판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부통령이 이렇게 강력한 입장을 밝힌 뒤에 중국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회담이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더 늦게 끝났습니다. 그만큼 양측이 심도있게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뜻이 될 텐데요, 하지만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는 두 사람 모두 방공식별구역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바이든 부통령이 다음 날 미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잠시 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China’s recent and sudden announcement…”

중국의 갑작스런 방공식별구역 선포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시 주석에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과 미국이 중국에 기대하는 바를 직접 전달했다, 이런 얘깁니다.

진행자) 중국에서는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군요.

기자) 네. 시 주석과 나눈 얘기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더 구체적으로 전달됐는데요, 미국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중국이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는 겁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부통령의 얘기를 충분히 이해한만큼,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봐야겠군요. 그런데 한국도 대응 조치에 나서지 않습니까? 이어도 때문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나타냈습니까?

기자) 바이든 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한국의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을 유보했습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한국이 관할하고 있는 이어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도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해서 이어도까지 포함시켰죠. 발표 직전에 미국 측과 정상급에서 협의를 한 건데요, 여기에 대해서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중국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입장을 밝히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군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이 기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설명을 했는데요, 바이든 부통령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에 이해를 나타냈고 이 문제는 주변국들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두 나라가 의견이 같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방공식별구역 확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도 바이든 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중요한 의제였지만 방공식별구역 문제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뻔 했는데, 때마침 장성택 실각설이 나왔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다는 보도가 한국에서 나오면서 관심을 끌었는데요, 중국 방문에서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특히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점검했다고 전했습니다. 장성택 실각설이 집중 거론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도 물론 이 문제가 다뤄졌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회담 내용을 설명했는데요, 한반도와 남북관계 정세를 논의하는 가운데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여러 가지 유용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습니까?

기자) 시진핑 주석,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최근 타결된 이란 핵 협상이 북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의됐습니다. 압박과 대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단결이 이란을 건설적인 타협에 나서게 했는데, 과연 이 사례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핵심 주제였습니다. 그동안 반복된 행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핵 협상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 점을 바이든 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분명히 했고,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만나서도 다시 한번 두 나라의 공조체제를 확인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간다는 데도 미국과 한국이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이 한국 연세대학교 연설에서도 이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North Korea needs to understand…”

나쁜 행동을 해 놓고 보상을 받으려는 과거 행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북한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하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바이든 부통령이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의 성의있는 태도를 요구한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를 추구하는 한 절대로 안보와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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