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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종·사망자 인증제' 강조..."탈북 단속용"


평양 공항 주변을 순찰하는 북한 보안원. (자료사진)
평양 공항 주변을 순찰하는 북한 보안원. (자료사진)
배우자를 북한에 두고 온 탈북자가 다시 북한에 들어갔지만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재혼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에서 실종자 처리 법규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데요, 탈북자 문제가 북한 내부에서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최신호에는 ‘소재불명자와 사망자 인증제도’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오랜 기간 행방이 묘연한 주민을 실종자와 사망자로 인증하는 절차와 이들의 재산과 가족에게 적용되는 법규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논문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 법규는 주민이 거주지를 벗어나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가 3년을 넘으면 가족 등의 신청을 받아 실종자로 인정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5년 이상 소식이 끊기면 사망자로 인정됩니다.

실종자의 재산은 법정대리인이나 당국이 정하는 재산관리인에게 맡기되 가족관계는 유지되지만 사망자가 될 경우엔 재산은 가족에게 상속되고 결혼을 포함한 가족관계도 종결됩니다.

따라서 사망자로 인정된 주민이 살아 돌아왔더라도 배우자가 재혼을 했거나 자녀가 입양됐다면 돌아 온 주민은 과거의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이 법이 생긴 지 오래됐지만 실종자의 대부분이 탈북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탈북자를 관리하는 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처럼 감시가 심한 사회에서 실종자 대부분은 중국이나 한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실종자 그 자체를 인증하는 식의 제도가 가장 중요한 게 탈북자를 기본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보죠”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와 같은 북한의 학술지에서 이 법규를 새삼 상세하게 소개한 것은 탈북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북한 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민간단체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신미녀 대표는 결국 사망자 처리가 됐을 때 받아야 할 불이익을 부각시킴으로써 주민들의 탈북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심미녀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대표] “나중에 행불자들이 사망 처리가 되면 북한에 혹시나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겠죠, 결국은 중국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도 10년 이상 되는 사람들은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게 되니 나가지 말라는 의미도 있겠죠”

실제로 탈북자가 혼자 북한을 빠져 나온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배우자들이 재혼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선 한 때 당 간부가 승진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될 만큼 재혼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관대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이윤걸 대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진 탓에 이혼과 재혼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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