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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라오스 사태로 탈북 경로 좁아질까 우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은 라오스에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과 관련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한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은 라오스에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과 관련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한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라오스에서 강제 추방된 탈북 고아 9 명이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남아시아의 탈북 경로가 더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탈북자 실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라오스는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가는 필수경로가운데 한 곳인데, 어떤 파장이 예상됩니까?

기자) 인권단체들과 탈북자들 모두 라오스 사태가 몰고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라오스 당국의 비우호적 조치와 북한 정부의 집요한 탈북자 압박이 더 강화돼 자유를 향한 길이 더 막히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영자 국장] “이제는 라오스도 안심을 못하죠. 예전에는 라오스에서 잡히면 그래도 한국에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라오스만 들어가면. 그런데 이젠 그 게 안되는 거죠.”

진행자) 탈북자들에게 라오스란 나라의 상징성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라오스는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가기 위해 가장 많이 경유하는 곳입니다. 태국행 탈북자들이 거의 필수로 지나는 나라가 라오스고요. 또 일부 탈북자들은 아예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으로 들어가 한국대사관에 한국행을 신청합니다.

진행자) 라오스를 통해 직접 한국으로 가는 탈북자들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라오스에서 오랫동안 탈북자 지원 활동을 했던 한국 북한인권개선모임의 김희태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1천 5백 명가량이 서울로 직행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녹취: 김희태 국장] “1천 5백 명 정도 됩니다. 2009년부터 2013년 지금까지.”

김 국장은 그러나 2년 전부터 탈북자 수가 줄어들어 지금은 한 달에 10-20 명 정도가 라오스에서 한국행 여객기에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왜 규모가 크게 줄어든 거죠?

기자) 라오스 당국이 밀입국에 대한 벌금을 크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100 달러 정도면 됐지만 지금은 적어도 250 달러에서 3백 달러를 내야 출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과거엔 2-3 주 정도 대기하면 출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2-3 개월 정도 소요돼 탈북자들이 태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태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태국은 한국을 가기 위해 가장 안전하고 빠른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최근 한국 입국 탈북자의 90 퍼센트 이상이 태국을 경유해 입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태국을 방문했던 북한정의연대 대표정베드로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정 베드로 목사] “거의 평균 30-40 명 정도가 늘 방콕 이민국 수용소에 있고요. 빨리빨리 일주일에서 보름 안에 다 (한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탈북자들이 태국에 밀입국 뒤 체포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기자) 태국은 라오스와 달리 많은 탈북자들이 밀입국 뒤에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대사관과 태국 당국 간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6개월 전 태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장모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탈북자] “태국에 들어와서 바로 경찰서에 가 가지구. 가니까 한 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구 탈북자 전용 뭐 그런게 있더라구요. 한국대사관에서 만들어 놓은 천막-텐트 같은 게 있어가지구...거기서 있다가 그러면서 (이민국 수용소를 거쳐) 왔는데요.”

탈북자들은 밀입국 혐의로 태국 당국에 1인당 60 달러 정도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벌금이 라오스보다 훨씬 적군요. (그렇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탈북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매우 적겠군요.

기자) 네,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를 통해 한국에 갈 수 있고, 과거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경유했던 몽골은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로 거의 막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내 외국 공관을 통한 길도 사실상 끊겼습니다. 중국 당국이 출국비자를 내주지 않아 2-3년 이상 대기해야 했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더 이상 한국 영사관 등 외교 공관에 집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위험이 커지면 탈출 비용도 오르지 않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연길에서 태국까지 가는 비용은 최소 1천 달러에서 최대 3천 달러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정 베드로 목사]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천 불에서 1천 2백 불 정도면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영리적 목적을 위해 하는 분들은 2천 불, 2천 5백 불, 3천 불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탈북 중개인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도강해 연길까지 가는 비용은 북-중 국경지역의 경비 강화로 6-7 천 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탈북자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해에는 전년보다 거의 절반이 줄어든 1천 509 명이 한국에 입국했는데 올해는 지난 13일 현재 556 명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20 퍼센트가 더 줄어 탈북자 1천 200 명이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라오스 강제추방 사태에 대해 유엔난민기구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HCR의 동남아 관계자는 29일 ‘VOA’에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아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UNHCR의 제네바 본부 역시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UNHCR의 수장인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지난 16일 서울을 방문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탈북자는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현장난민이기 때문에 강제송환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인권단체들은 탈북자 북송을 막기 위해 어떤 개선을 요구하고 있나요?

기자) 한국 정부가 라오스 당국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해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북한인권에 관한 유엔 조사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적극 제기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영권 기자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의 탈북자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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