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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중심 노동당에서 군부로 이동"


지난해 12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김일성·김정일 시신을 참배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가운데)과 북한 군부 인사들.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김일성·김정일 시신을 참배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가운데)과 북한 군부 인사들.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위협이 석 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평양의 벼랑 끝 전략과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서 북한 권력의 중심이 노동당에서 군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 공세는 지난 1월23일 시작됐습니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 2087호를 채택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비핵화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2월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KCNA] “주체 102, 2013년 2월12일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핵실험 이후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을 겨냥해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3월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한 데 이어 30일에는 한국에 대해 전시 상황을 선포했습니다.

이어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핵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녹취: KCNA] “우리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 비준됐음을 백악관과 펜타곤에 공식 통고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강경 국면이 이어지면서 북한 권력의 중심이 노동당에서 군부로 이동했다고 지적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현재 북한의 강경 모드를 보면 북한 권력 중심은 군부에 가 있고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최근 들어 북한 군부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레그 전 대사]MILITARY NOW HAS MORE VOICE..

“북한 측 관계자로부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못막아 외교관들이 체면을 잃었으며, 군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해 여름까지만 해도 노동당이 군부에 대해 ‘당적 우위’와 통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해 7월15일 북한 군부의 최고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했습니다.

이어 군부가 운영해온 외화벌이 사업을 당과 내각으로 이관했습니다.

또 인민군 군단장 9 명 중 6 명을 교체했습니다. 그 결과 군부는 새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과 당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이같은 분위기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제재 결의를 채택하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는 국면이 계속되면서 군부가 당을 누르고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부의 득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와 수행원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해 11월19일 기마부대 시찰을 끝으로 3개월간 군 부대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월20일 323 군 부대를 시작으로 33일간 총 16번이나 군 부대를 방문했습니다. 이는 이틀에 한 번꼴로 군 부대를 시찰했음을 의미합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부대 방문에는 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한반도 빠짐없이 동행했고, 김격식 인민무력부장과 현영철 군총참모장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장성택 당 행정부장은 지난 3월7일 서해안의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할 때 한번 수행하는데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군부가 서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군부는 위기 상황을 활용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김정은 제1위원장도 위기감을 높여 권력 장악을 확실히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입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북한에서는 안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은 이번에 상황을 장악하고 자신의 배짱을 보여줌으로써 군이든 인민이든 김정은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군부가 주도하는 강경노선이 김정은 체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는 악화될대로 악화돼 지금은 북-중 정상회담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현준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 사이가 좋을리가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유연하게 나오라고 설득하고, 그런 것이 조율이 안되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3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무장과 경제건설을 병진 추진하는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군부가 주도하는 위기국면이 지속될 경우 경제와 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안찬일 소장의 말입니다.

[녹취: 안찬일] “강경 국면이 이렇게 계속되면 모든 연료, 전력, 에너지가 고갈되기때문에 김정은은 개혁개방의 기회를 잃고 북한식 사회주의가 주저앉는 결과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더 늦기 전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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