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신흥 부유층 부상...당국과 갈등 늘어'


지난달 12일 북한 평양의 눈 덮인 거리를 지나는 택시. (자료사진)
지난달 12일 북한 평양의 눈 덮인 거리를 지나는 택시. (자료사진)
국제사회는 북한 내부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자본가 계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북한사회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 북한 -새로운 자본가들’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북한에서 무역업자와 상인 등 신흥계층의 혁명적 기운이 사회 아래로부터 싹트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들을 파는 등 소규모로 시작된 상거래가 지금은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소비재를 북한으로 들여오는 식으로 거래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는 것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보낸 7년 간의 경험을 담은 책을 펴낸 스위스 사업가 펠릭스 앱트 씨는 북한이 엄청나게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펠릭스 앱트] “I would say the most outstanding change…”

북한 사람들이 장사에 눈을 뜨고 있는 게 가장 큰 변화라는 것입니다.

앱트 씨는 상인들한테서 물건을 사는 국영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국영기업의 그늘 아래서 장사를 하는 관리들도 있다며, 바깥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시장활동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평양의 부유한 상인들은 고급 식당에 가고 도박장에 다니는 등 북한의 신흥 부유층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의 생활수준은 일반 주민들과는 비교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상대적인 상거래 자유 속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북한 주민의 평균 생활수준 이상을 넘어서는 풍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신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고…”

김 씨는 국가의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북한에서 신흥 부유층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지속적으로 장마당을 탄압하고 밀수를 단속하지만 북한의 신흥 부유층은 뇌물을 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신흥 부유층은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고, 잡지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산업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공급하는 수입 자재가 없으면 평양의 고층건물을 지을 수 없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북한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그 계층들이 북한에서 중요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면서 경제에서는 좌지우지를 하고 있거든요. 실제적으로 물자를 제공하는 핵심세력들이니까 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물자 부족을 만회할 수도 있고, 물자 부족을 심화시킬 수도 있고…”

조 연구위원은 이들이 값비싼 외제품 등 새로운 소비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상인과 무역업자 등 신흥 자본가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체제 아래서 돈을 벌지만 특권계층이 아니며, 앞으로 북한 정권의 안보 보다는 자신들의 경제적 성장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미 양측 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북한 당국 지도부와 중산층의 갈등과 충돌은 지금도 계속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북한 당국에 대항할 정도의 세력을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분열의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위한 최상의 방법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부와 번영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북한 주민들은 무역업자와 상인들이 파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라디오, 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북한이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선전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탈북자 김승철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북한의 간부나 엘리트를 가능하면 외국으로 끌어내다가 연수를 시킨다든지 아니면 내부에 들어가서 강의를 해 준다든지 국가적 차원과 민간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과 문화 등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아주 다양하게 폭넓게 해야 돼요.”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에 이미 자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며, 세계는 이 같은 추세를 고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