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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 대화·협상 중시


7일 백악관에서 차기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 국장에 각각 척 헤이글 전 네브라스카 상원의원(왼쪽)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국토안보 보좌관(오른쪽)을 지명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7일 백악관에서 차기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 국장에 각각 척 헤이글 전 네브라스카 상원의원(왼쪽)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국토안보 보좌관(오른쪽)을 지명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바락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 주요 인선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향후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칠 외교안보팀엔 대화를 중시하는 인사들이 기용됐는데요. 오바마 2기 외교안보라인의 특징,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외교안보라인 3인방이다, 혹은 5인방이다, 최근 이런 소개를 많이 듣는데요. 어떤 직책들을 말하는거죠?

기자) 그야말로 앞으로 미국 정부의 대외관계와 안보를 책임질 핵심 요직을 가리키는데요. 흔히 3인방 하면 국무장관,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국장을 꼽습니다. 여기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주재 미국대사까지 포함해 5인방이다, 그렇게 부르는 거구요.

진행자) 그 다섯 직책을 누가 맡게 됐는지 차례로 알아보죠. 우선 국무장관엔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일찌감치 지명됐어요.

기자) 지난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나섰던 비중있는 인사죠? 존 케리, 당시 조지부시 대통령에게 패하긴 했습니다만, 미국 정가와 외교가에선 ‘대화파’의 중심인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국제문제는 대화로 해결하자, 그런 원칙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여러 번 보인 걸로 아는데요.

기자) 그랬죠. 200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필요하면 북한과 양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한마디로 ‘적극적 개입’을 상당히 강조해 왔습니다. 2011년 언론 기고에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신중하고 견고했지만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는데요. 미국으로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개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 역시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외교안보라인의 또다른 핵심 직책, 국방부 장관이죠? 소개해 주시죠.

기자) 국방장관엔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이 지명됐습니다. 케리처럼 확실한 ‘대화파’로 분류되는데요.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집니다. 조지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칭했을 때 이 나라들과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06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위기는 군사력이 아닌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했구요.

진행자) 그래서 보수 강경 인사들로부터 배척을 받는다면서요?

기자) 예. 헤이글 의원, 공화당 출신이면서도 공화당 주류 흐름에 동참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히려 공화당에서 헤이글의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을 정돕니다. 크게 봐선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반감을 반영한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의 반감이라면, 국무-국방 장관 지명자 모두 너무 대화를 앞세우는 인물들 아니냐, 그런 불만인가요?

기자)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게 오바마 2기 외교라인의 핵심인 ‘케리-헤이글’팀의 특색이기도 합니다. 대립보다는 포용을, 대결보다는 협상을 중시하는 실용적 현실주의 성향을 강하게 띈다, 이런 평가가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국제사회 현안을 전쟁보다는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쪽이죠.

진행자) 그런 성향이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정책방향과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겠죠?

기자) 중요한 대목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취임 때를 떠올리면 분명해 집니다. 당시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 문제아들과 단호하고도 직접적 협상을 하겠다, 이랬거든요.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구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그밖에도 쟁쟁한 주류 정치인들 틈에서 자기 색깔을 내세우지 못했다, 그런 평갑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제 자기 사람들을 심는다는 건가요?

기자) 자기 사람이라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대담하고 유연한 외교라는 오바마식 접근법에 공감하는 인물들을 기용한 건 틀림 없습니다. 오바마 2기 외교안보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진행자) 그런 성향이 결국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기자) 그런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나 한국 차기 정부 모두 대북정책에 있어선 철저한 공조를 내세우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대결보다는 협상을 중요시하는 오바마 2기 외교안보라인의 특성상 북한과의 대화 모색도 점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분위기도 분명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더 큰 변수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가 아니겠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먼저 보이지 않고, 도발을 멈추지 않는데 아무리 대화파라고 덮어놓고 협상하고 그럴 순 없지 않겠습니까? 무조건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도 없고 말이죠. 따라서 부분적인 대화나 접촉이 있을진 몰라도 지원재개와 같은 근본적 노선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쪽에선 나오고 있구요.

진행자) 자, 오바마 2기 국무, 국방 장관 인선 짚어봤구요. 또 누가 있습니까?

기자) 외교안보라인의 중요한 또 한자리, 중앙정보국(CIA) 국장입니다. 여기엔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 보좌관을 지명했습니다. 25년간 CIA에서 활동한 그야말로 정보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입니다. 원래 오바마 행정부 1기 출범 직전인 2008년 말에도 CIA 국장으로 거론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 시절 9.11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심문에 연루됐다는 논란 때문에 고배를 마셨죠.

진행자)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 나머지 두 명도 마저 소개해 주시죠.

기자) 예.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유임이 유력합니다. 도닐런 보좌관,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지난해 9월 미 외교 전문 잡지 ‘포린폴리시’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좌우하는 민주당 실세 50인을 선정해 발표했는데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바로 도닐런 보좌관이 꼽혔을 정돕니다. 그때 5위에 선정된 인물이 오바마 2기 외교안보라인 마지막 핵심 인사로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입니다.

진행자) 원래는 차기 국무장관으로 물망에 올랐었는데요.

기자) 한때 유력하게 거론됐었죠. 하지만 공화당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지명될 경우 인준절차를 보류시키겠다는 경고까지 하면서요. 지난해 9월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으로 외교관 4명이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라이스가 이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고 언급했고,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결국 스스로 국무장관 후보에서 물러났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최측근인 수전 라이스를 2기 행정부에서도 유엔대사로 잔류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바마 2기 외교안보라인을 한사람 한사람 점검해 봤는데요. 새로 출범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들이 어디로 끌고 갈지 주목됩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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