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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오바마, 대북 접촉 적극 나서야”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자료사진)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자료사진)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타결을 주도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오바마 2기 행정부에 적극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미-북 양자회담은 물론, 미국에 앞서 한국이 먼저 북한과 접촉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의 ‘존 앤드 캐서린 맥아더재단’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갈루치 전 차관보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우선 오바마 행정부의 지난 4년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갈루치 전 차관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방향만큼은 잘 잡았던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런 방향으로 가기 어렵게 만든 사건들이 몇 가지 발생한 거죠. 특히 북한에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의 과도기가 겹치면서 제대로 진전을 못 본 겁니다.

기자)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새 대북 접근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게 많겠군요.

갈루치 전 차관보) 계속 무시한다고 개선될 수 없는 그런 사안들이 걸려 있습니다. 우선 북한 새 지도부의 불확실성입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또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입니다. 둘 다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전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을 봉쇄하는 식의 접근법은 적합치 않다고 봅니다. 점점 폭발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재집권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 할 걸로 전망하시나요?

갈루치 전 차관보) 오바마가 4년 전 대통령 선거에 처음 나섰을 때도 북한, 이란 등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제시한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 점이 당시 공화당 매케인 후보나 이번 상대인 롬니 후보와 분명히 다른 점입니다. 전 오바마 대통령의 그런 성향이 2기 집권기 어느 시점에 현실화될 걸로 봅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조율을 거쳐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할 거라는 얘깁니다.

기자) 그런 정책 방향이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갈루치 전 차관보) 북한은 사회, 경제적으로 내부 압박에 처해 있습니다. 외부의 경제 제재에도 영향을 받고 있구요. 따라서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 대접을 받는 데 이득이 크다는 걸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독재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늘 문제였던 거죠. 권력유지야말로 지도부에겐 정책 1순위 이니까요. 하지만 경제가 계속 이런 식으로 악화된다면 체제 존속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이 정치, 경제적으로 충분히 유인책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 한국과 핵 문제 등을 합리적 방법으로 논의했으면 합니다.

기자) 지난 94년 북한과의 제네바합의 당시 주도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런 경험에 비춰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하시겠습니까?

갈루치 전 차관보) 무엇보다 한국과 북핵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는 게 첫 단계입니다. 워싱턴과 서울의 입장이 다르면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누가 한국의 새 대통령이 되든 양국이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일본 정부와 관련있습니다. 일본은 북한과 걸려있는 문제도 있고 나름대로의 접근 방식도 있지만, 결국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앞서 동맹국들과 상의를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펴든 거기에 중국의 공조와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북한과의 접촉 형식을 딱 정해놓고 거기에만 매달려선 안된다는 겁니다.

기자) 북핵 6자회담을 염두에 둔 말씀 같네요.

갈루치 전 차관보) 북한과의 대화를 활성화하고 접촉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 6자회담 혹은 다른 특별한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북한과 접촉점을 찾을 수 있는 어떤 형식이든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자) 그게 미국과 북한간 양자회담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겠죠?

갈루치 전 차관보) 물론입니다. 앞서 한국, 일본, 중국과 차례로 입장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런 얘길 하지 않았습니까? 그 다음엔 평양을 상대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이 문제에 가장 큰 이해가 달린 나라들을 차례 차례 끌어들이는 외교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죠. 미국을 비롯해 이 나라들이 하나 하나 모여 어떤 연관성을 찾아보자는 접근 방식입니다.

기자) 그게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 형태가 될 수도 있을까요?

갈루치 전 차관보) 정상회담은 접촉의 출발점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입니다. 처음부터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만나야 한다고 재촉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양측 관계에 중대한 진전이 이뤄진 뒤엔 미-북 정상회담도 배제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그게 당장 성사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기자) 하지만 북한이 언제든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어서요. 그럴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갈루치 전 차관보) 그게 항상 어려운 문젭니다.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제재가 있는지, 또 그게 어떤 형태일 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한다면 대북접촉과 대화부터 가장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텐데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마치 북한의 협박에 굴복한 모양새가 될 테니 국내 지지도 받지 못하겠죠. 따라서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어떤 정치적 접촉 시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그런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그걸 미리 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기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미국 새 행정부에선 재개되야 한다는 입장이십니까?

갈루치 전 차관보) 그렇습니다. 인도적 지원을 정치 사안과 결부시켜선 안 된다는 쪽입니다. 북한에 인도적 재난 상황이 닥치면 미국은 인도주의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기자) 한국의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북한을 좀 더 포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새 정부와 어떻게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차관보) 미국 정부에 한 제안과 똑 같은 제안을 한국 정부에도 하고 싶습니다. 미국과 긴밀한 협조를 하라고 말입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서로 논의를 거쳐 공감대만 마련한다면, 미국에 앞서 한국이 북한과 먼저 접촉하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대북정책 제안 들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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