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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작소설, 북한에서 인기'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미국의 명작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가 평양 주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의 명작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큰 인기라고 미국의 ‘AP통신’이 24일 평양발로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북한에서 한 때 암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 인민대학습당 도서관의 20대 여성 사서, 그리고 북한의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교리를 가르쳤던 노년의 철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북한 사람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의 작가 마가렛 미첼이 1936년에 펴낸 애정소설로, 노예제도가 성행했던 시절 미국 남부의 귀족층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출간 이듬해인 1937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39년에는 명배우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이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1940년 아카데미 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남부의 평화로운 조지아 주 타라 농장의 장녀 스칼렛 오하라. 빼어난 미모로 뭇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애슐리는 스칼렛의 사촌 멜라니와 결혼합니다. 그러자 스칼렛은 복수심에 멜라니의 남동생 찰스와 결혼합니다.

북부가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남부에도 이를 강요하자 남부는 연방을 탈퇴, 남북전쟁이 벌어집니다.

전쟁은 많은 것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습니다. 스칼렛은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되고, 고향 타라 농장도 폐허가 됐습니다.

스칼렛의 어머니는 사망하고 정신이상이 된 아버지는 폐인이 됐고, 세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스칼렛은 케네디와 애정없는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케네디 마저 사망하자 스칼렛은 그동안 자신에게 구애를 펼쳐온 레드 버틀러와 결혼합니다.

하지만 스칼렛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끊나지 않습니다. 레드와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스칼렛은 아내를 잃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첫 사랑 애슐리에 대해 감정을 정리하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레드인 것을 깨달은 것은 레드가 이미 스칼렛을 떠난 후였습니다.

슬픔에 잠긴 슬칼렛, 하지만 강인한 성격의 그녀는 “반드시 레드의 사랑을 돌이키겠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나 지쳐있다.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솟아 오른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AP통신’은 북한 주민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자신들의 경험과 많은 유사점을 발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작가인 마가렛 미첼은 “남북전쟁 후 남부인들은 전쟁과 공포, 그리고 굶주림을 알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했으며,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났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북한도 내전을 경험했으며, 남북전쟁 후 남부인들처럼 고통스런 시기를 견디는 법을 알고 있다는데 공감하는 것 같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지난 2005년 탈북해 영국에 거주하는 ‘재영탈북인연합’의 김주일 사무국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보편적인 정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주일 사무국장] “북한사회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질 수 있는 초보적인 애정 표현이라든가 초보적인 인간 윤리적인 부분을 사회주의 도덕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차단해 온 국가이기 때문에,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는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교육 받은 북한 주민들에 한에서는, 아 미국 같은 사회에서도 이런 인간적인 생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활이 보이네?라는 부분들… 미국 사람들도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네 라는…”

‘AP통신’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소련이 붕괴하고 심각한 기근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에 북한에서 번역 출판이 허용됐다고 밝혔습니다.

평양교원대학 교수 출신인 서울의 탈북자 이숙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도 자본주의 사회 소설이 허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전 평양교원대 교수] “그 전에는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그런 소설 같은 것을 많이 읽고 거기에 대한 토론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자본주의 소설도 읽힌다고 봅니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어떤 교양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외국 소설 읽는 것도 크게 막지 않고 그 나라에 대해 들어 온 소설에 대해서는 많이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숙 씨는 북한의 학교에서 프랑스 소설 `레미제라블’과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펴낸 4대 비극 소설 중 하나인 `오델로’ 등 유명 외국 작품들을 문학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유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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