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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노동자들, 인권유린 심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근로자들 (자료사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근로자들 (자료사진).
해외에 송출된 북한 근로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노동 실상이 공개됐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 해외근로자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연대기구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실상을 고발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 해외근로자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연대’ INHL 창립대회에서 탈북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 해외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인권 유린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2007년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탈북자 김영석씨는 집을 판 돈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까지 써 가며 해외 근로현장에 나섰지만 실상은 생각했던 것과 딴판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일단 자리만 얻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100대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인기가 높았던 일이었지만 김 씨를 맞은 숙소는 구 소련 시절 지어진 폐허나 다름 없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나마 맨 바닥에 판자나 비닐을 깔고 자야 했습니다.

노동 강도도 살인적이었습니다.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북한의 명절을 제외하곤 매일같이 일을 해야 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무엇보다 월급의 대부분을 당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떼인 일에 분개했습니다. 저축은 커녕 어쩌다 받은 휴가 때 고향 가족들에게 줄 선물이 없어 쓰레기통에서 러시아인들이 버린 옷가지나 신발 등을 주워 세탁해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석 해외근로자 출신 탈북자] “국가에서 러시아에 보내줬기 때문에 800달러는 무조건 충성 외화벌이로 내야 한다, 그래서 800달러를 떼고 나니까 월급 받는 게 일을 최대로 많이 했다고 할 때 150~200달러, 일 좀 못했다고 할 때 100에서 최대 150달러를 월급으로 받으면서…”

중동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탈북 작가 림일씨도 매월 100달러 정도 받기로 하고 나갔는데 두 달 근무하고 20달러 받은 적도 있었다며 임금착취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해외 근무가 징역살이나 마찬가지였고 정권의 배만 불려준 노예 노동이었다고 분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발제자로 나선 민간 연구기관 코리아정책연구소의 최순미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북한 노동자 6만~6만5천 명 정도가 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임금 대부분은 북한 당국이 가로채고 있고 일부 여성은 성매매까지 강요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전략센터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한국 내 20개 탈북자 단체들은 이날 ‘북한 해외근로자의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연대’ 즉 INHL을 출범시켰습니다.

이 기구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모은 실태 자료들을 다음달 중 국제 학술대회를 열어 공개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INHL에 참여한 북한전략센터 최윤철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최윤철 북한전략센터 사무국장] “지금까지 진행됐던 조사자료들과 앞으로 추가되는 조사자료들을 종합을 해서 구체적 데이터들을 발표할 거구요, 이를 계기로 유엔이나 ILO 등 국제기구들에 자료를 제공하고 그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 후보는 창립대회에 보낸 축전에서 INHL 창립으로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과 임금 착취에 대한 문제들이 세계에 알려지고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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