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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20주년…북한, 중국에 ‘외교적 부담’ 될 가능성


1992년 8월24일 청와대에서 역사적인 한-중 수교에 즈음하여 담화를 발표하는 노태우 대통령.
1992년 8월24일 청와대에서 역사적인 한-중 수교에 즈음하여 담화를 발표하는 노태우 대통령.
한국과 중국이 오늘 (24일)로 국교 수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중 두 나라는 이제 적대적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됐는데요. 한-중 수교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과 과제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은 20년 전인 1992년8월24일,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맺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이 한-중 수교를 크게 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그레그 전대사] “VERY POWERFUL STEP…

한-중 수교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외교 질서를 바꾸려는 대담한 시도로, 당시 미국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막후에서 이를 지원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중 수교는 한반도의 정치, 외교 지형을 크게 바꿔놨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평양과 베이징, 모스크바를 축으로 하는 ‘북방 삼각관계’와 서울과 워싱턴, 도쿄를 또다른 축으로 하는 ‘남방 삼각관계’가 대립하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중 수교를 계기로 이런 구도는 깨졌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북한의 또다른 동맹국인 소련과도 국교를 수립했고,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하나의 조선’ 정책에서 탈피했습니다.

미 외교협회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하자 김일성 주석은 중국을 ‘배신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녹취: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 “FORMER FOREIGN MINSTER CHEN JI CHEN…

중국의 외교부장을 지낸 첸치천이 쓴 회고록을 보면 김일성 주석이 한-중 수교 소식에 상당히 격노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 관계는 지난 20년간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수교 당시 60억 달러였던 교역 규모는 지난 해 2천2백억 달러로 35배가 늘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올랐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미국, 일본, 홍콩에 이은 제4위의 교역국입니다.

인적 교류도 활발합니다. 수교 당시 연간 13만 명이었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 해 6백6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 이른바 `한류’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 중국 어디를 가도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쉽게 눈에 뜁니다.

한-중간 정치, 외교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양국 정상이 매년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하고 있고, ‘동반자 관계’였던 양국 관계는 이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습니다.

반면 오랜 동맹인 북한과 중국 관계는 과거의 혈맹관계에서 이제는 냉정하게 국익을 저울질하는 관계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북-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 “FOLLOWING THE FIRST NUCLEAR TEST…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강한 어조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중국이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 “FUNDERMENTAL CHANGE…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2010년 3월 한국의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한 사건에 대해 ‘냉정과 절제’를 당부할 뿐 남북한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한승주 전 외무장관은 시간이 좀더 흐르면 중국 수뇌부가 북한을 동맹국이 아닌 ‘외교적 부담’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승주 전 외무장관] “CHINA ULTIMATELY SEE NORTH KOREA…

한승주 전 장관은 지난 6월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 수뇌부는 북한의 핵 보유가 중국의 국익을 해칠 뿐아니라 장차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되더라도 중국에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지난 20년간 크게 변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는 반면 북한과 중국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가 장차 한반도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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