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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핵 ‘중간단계’ 고려할 용의 있어”… 미한 엇박자?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건물.

미국 백악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간 단계’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앞서 한국 대통령실은 “중간 단계는 없다는 미국 측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악관 “북핵 ‘중간단계’ 고려할 용의 있어”… 미한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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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30일 북핵과 관련해 “미국은 중간 조치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NSC 대변인은 “미국 고위층으로부터 ‘중간 단계’라는 것은 없다고 여러 번 확인했다”는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발언과 관련한 미국 측의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NSC 대변인]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the goal of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e are sincere in our desire to resume dialogue with the DPRK to improve mutual understanding and reduce the likelihood of conflict. We are open to discussing topics of interest to the DPRK, and we reiterate that there are no preconditions for such talks. By saying that the United States is willing to consider interim steps, we are making clear that we recognize that building trust with the DPRK and making progress toward denuclearization will take time.”

대변인은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런 대화에는 전제조건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간 조치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비핵화를 향한 진전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앞서 장호진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7일 한국의 공영방송 ‘KBS 1TV’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핵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려는 협상안을 검토 중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히 미국의 상당한 고위층을 포함해서 여러 차례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 중간 단계라는 것은 그런 것은 없다고 여러 번 확인을 했다”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장 실장은 “혹시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덮어두고 북한한테 핵 동결하는 대신에 제재 완화하는 정도 수준에서 어느 정도 미봉책으로 끝나거나, 또는 북한에 핵을 일부 인정해 주고 그냥 핵 군축으로 가자, 이런 식의 타협책을 내비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5일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한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2주년’ 토론회에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오른쪽 두 번째)과 카밀 도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했다. (사진=미국평화연구소)
15일 미국평화연구소가 주최한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2주년’ 토론회에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오른쪽 두 번째)과 카밀 도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했다. (사진=미국평화연구소)

앞서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3월 초 한국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당국자로선 처음 ‘중간 단계’를 언급했습니다.

[녹취: 랩 후퍼 선임보좌관] “But we're also going to consider interim steps on that pathway to denuclearization, provided that these steps will make the region and the world safer.”

랩 후퍼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핵 보유국인 만큼 비핵화 대신 위협 감소, 군축 등을 시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전 세계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정 박 미 국무부 대북 고위관리도 한 세미나에서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과정에 중간 단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언급해 한국 내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NSC 대변인은 그러나 ‘중간 단계의 의미’와 ‘미국과 한국이 중간 단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란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맺은 모든 합의나 다른 모든 협상은 항상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중간 단계를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And Every other agreement, you know that or any other negotiation that the US has had with North Korea has always involved interim steps toward the ultimate objective of complete denucleariz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아마 장 실장이 말한 것은 미국이 부분적인 (비핵화) 조치나 중간 조치로 멈추지 않을 것이며, 어떤 중간 조치도 비핵화를 향한 추가 조치의 기초로 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와대와 외교부의 많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해 본 결과, 비핵화에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다시 말해 북한이 한번에 완전히 무장해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항상 이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hat he meant is that the US would not stop with any partial steps, US would not stop with an interim step, but would see any interim measure as a basis for further action toward denuclearization. (중략) I mean in my experience and I've dealt with many South Korean government officials from the Blue House and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I think there's always been an understanding that denuclearization would require a sequence of events, in other words, North Korea would not completely disarm all at once.”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간 단계’에 관한 미한 양국 고위 관리의 발언이 다른 것과 관련해 “조율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너무 집중해 북핵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기본적으로 (한국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분명한 건 공개적인 자리에 나서기 전에 이런 이견을 조율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it means that somehow there's been a lack of coordination. It could be that the United States is so focused on Ukraine and the Middle East that they're not paying attention to it, or basically they disagree with it. But obviously, before anyone on public, you should have worked out these differences.”

코브 전 차관보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한 양국의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지는 않지만,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면서 “반면 한국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분명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짜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진행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The United States has learned to live with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We haven't been happy about them, but we've learned to live with them. Whereas South Korea obviously given how close they are and everything like that, they have a different view. The real question is the program has gone so far in North Korea, is gonna be hard to undo it.”

코브 전 차관보는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거기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지, 다른 모든 문제를 고려할 때 어떤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통과된 국방 예산을 보면 주로 타이완을 위한 예산은 편성돼 있지만, 북한을 위한 예산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간 단계라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어서 (장 실장의 발언은) 조금 놀랍다”면서 “중간 단계 접근 방식의 의미에 대한 의사소통상의 오류인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외교나 협상을 하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 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에서 큰 차이나 간극이 있는 것 같다”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차이가 있는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don't know if that's a miscommunication of what it means to have an interim approach, or if it's because the Yoon government thinks that there has to be a declaration for denuclearization up front by the North Korean before there's any diplomacy or negotiations. I'm not sure what that means, but that would be a pretty big difference or a gap in understanding of how the US and South Korea approaches North Korea denuclearization. So I hope that they can sort out if there is any sort of difference.

I hope that can be sorted out, because that's pretty significant.”

여 석좌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거나 다른 방안들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다”며 “그래서 중간 단계라는 수사를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 석좌는 “전반적으로 미한 동맹은 굳건한 상태”라면서도 “앞으로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So you know, overall, I think the alliance is in a great shape, but you know, perhaps there needs to be more conversations about what the approach is with North Korea moving forward.”

여 석좌는 ‘장 실장 발언과 NSC 대변인의 발언이 다른 것이 양국 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불협화음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발언을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상당히 잘 조율돼 온 것 같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꽤 잘 조율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But in the statement would suggest yes, but from based on what I know how conversations have gone and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at multiple levels of government, I mean they do seem to be pretty coordinated. (중략) Maybe it's something that we should observe, but overall, you know, my understanding is that the two sides have been pretty well coordinated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issues.”

여 석좌는 이어 “미국 NSC와 한국 국가안보실 간의 논의나 해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북한 문제에 관한) 외교적 관여와 관련해선 양국 고위급에서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습니다.

VOA는 ‘중간 단계’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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