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영국 의원들, 외무장관에 ‘강제북송 탈북민’ 구출 촉구 서한∙∙∙ “더 많은 조치 필요”


지난해 중국에서의 김철옥씨 모습.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지난해 중국에서의 김철옥씨 모습.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영국 상하원 의원들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의 구출을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외무장관에게 보냈습니다.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송환은 영국이 옹호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에 위배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의원들, 외무장관에 ‘강제북송 탈북민’ 구출 촉구 서한∙∙∙ “더 많은 조치 필요”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5:06 0:00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과 제프리 클리프턴-브라운 하원의원은 18일 “우리는 중국 당국에 의해 송환된 탈북자들의 송환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PPG NK 서한] “The United Kingdom All-Party Parliamentary Group on North Korea (APPG North Korea) is concerned about the repatriation issues which face of North Korean refugees repatriated by the Chinese authorities. Recently, the APPG North Korea conducted an inquiry with the participation of Ms. Kim Kyu-ri, a British-North Korean escapee residing in London. Her sister was among the 600 North Korean refugees repatriated by Chinese authorities in October 2023. It has been almost six months, and Ms. Kim Kyu-ri and other family members have still not received any news regarding the fate of their relatives or the hundreds of other repatriated North Korean refugees.”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구명을 위해 영국 정부가 더 노력할 것을 캐머런 외무장관에게 촉구하는 서한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구명을 위해 영국 정부가 더 노력할 것을 캐머런 외무장관에게 촉구하는 서한

의원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을 구출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언니 규리 씨와의 면담 사실을 언급하며 “김철옥 씨를 포함한 탈북민 600명이 강제 북송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그 가족들은 송환된 이들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영국 국적을 취득해 런던에 거주 중인 탈북민 출신 규리 씨가 동생 철옥 씨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생의 구출을 위해 눈물로 호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APPG NK 서한] “In her efforts, she has repeatedly protested at the Chinese and North Korean embassies in London and has collected thousands of signatures in support of her sister' s repatriation to North Korea. It is heartbreaking to see her tearful pleas for her sister's repatriation.”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지난 1월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중국에서 북송된 김철옥 씨의 언니 김유빈, 김규리 씨가 지난 1월 주 런던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가운데부터 오른쪽으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와 유빈, 규리 씨.

규리 씨는 앞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영국 의회에서 열린 APPG NK 인권 행사와 지난해 12월 뉴욕 유엔 본부와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증언했습니다.

또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 앞에서 수 차례 항의 시위를 벌였고, 동생의 구명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서명을 받는 등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의원들은 또 서한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은 서구 시민이나 기독교 선교사, 교회와 연관돼 있거나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탈출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날 경우 북한 당국에 의해 ‘범죄자’나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들이 투옥과 고문, 수용소 종신 구금, 공개 처형 등 가혹한 처벌에 직면한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 당국이 20년 넘게 탈북민들을 지속적으로 송환한 까닭에 수십만 명이 북한 수용소에 구금돼 인권 유린과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PPG NK 서한] “The persistent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refugees by the Chinese authorities for over 20 years has led to the detention of hundreds of thousands of individuals in North Korea gulags, resulting in human rights abuses and crimes against humanity. China must uphold international law, adhere to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and fulfil its obligations under the 1951 Refugee Convention by facilitating safe passage for refugees to transit through third countries and finally reach South Korea.”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난민들이 제3국을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1951년 난민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지난 1월 중국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와 3월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 세션과 기타 대화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한 영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김규리 씨의 여동생과 다른 강제 북송된 탈북 난민들이 북한 수용소에 계속 구금돼 있는 상황은 우리의 긴급한 관심을 요한다”고 말했습니다.

[APPG NK 서한] “More action is needed. The ongoing detention of Ms. Kim Kyu-ri's sister and other repatriated North Korean refugees in North Korean gulags ask for our urgent attention. We urge you to pay attention to these issues and respectfully request to arrange a meeting with Ms. Kim Kyu-ri and the Chairs of APPG North Korea. This meeting would provide an opportunity to listen to her sister's and others' situation in North Korea and to discuss the potential efforts regarding th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refugees by the Chinese authorities, as well as a discussion about the plight of detained prisoners in North Korean gulags.”

이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면서 캐머런 외무장관에게 김규리 씨와 APPG NK 의장단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면담을 통해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노력과 북한 수용소에 구금된 수감자들의 곤경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원들은 또 서한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불법적으로 탄도 미사일을 자주 발사해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은 자국민을 노예화하고 학대하며 박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천600만 명의 목소리 없는 북한 주민들의 곤경은 우리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탈북민 강제 북송은 문명 세계의 가치, 특히 영국이 옹호하는 법치,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우리의 신념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PPG NK 서한] “The plight of 26 million voiceless North Korean people needs our emphatic support. Furthermore, th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refugees is totally contrary to the values of the civilised world - most notably our belief in the rule of law, democracy, and human rights, all of which the United Kingdom rightly upholds.”

VOA는 영국 외무부에 서한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철옥(두 번째 줄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여아)씨가 어린 시절 북한에서 친척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김철옥(두 번째 줄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여아)씨가 어린 시절 북한에서 친척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 김혁 박사 제공.

이번 서한에서 언급된 강제 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는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이던 지난 1998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그러나 곧 중국의 산간오지로 팔려가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남자와 결혼해 이듬해 열여섯 살에 딸을 낳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먼저 탈북해 영국에 정착한 언니들에게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다른 탈북민들과 함께 중국 공안에 붙잡혔고, 지난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다음날인 10월 9일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함께 강제 북송됐습니다.

규리 씨 등 가족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 영국 의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철옥 씨의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하며 구명을 호소해 왔습니다.

하지만 강제 북송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동생 철옥 씨의 행방은 여전히 알 길이 없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