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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푸틴 5연임으로 대러 밀착 탄력…러 통한 핵 보유국 지위 확보 시도 본격화”


김정은(가운데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연임이 확정되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러시아를 통한 핵 보유국 지위 확보와 대북 제재 무력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5선이 확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열렬한 축하와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보낸다”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오랜 역사적 뿌리와 전통을 가진 북러 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인 강국건설 위업을 힘 있게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했고 반제 자주를 공동의 이념으로 하는 백년대계의 전략적 협조 관계로 승화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축전은 푸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튿날 보낸 것으로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각별한 양국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를 글로벌 강국으로 만들려는 푸틴 대통령에게 종신집권의 길이 열린 것은 미국과의 대치국면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며, 반미연대를 통한 신냉전 외교를 추구하는 북한으로선 반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이라는 국면적 필요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일정한 동북아에서의 파트너십 즉 일종의 전략적 일치를 만들어 가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내적 안정성, 또 대외 고립 탈피 이런 측면에서 푸틴의 당선은 북한에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미한일과의 대치관계 속에서 북한은 대미 대서방 공동전선에 있고 미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경계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의 핵 보유국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우회 돌파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보장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핵 무력 보유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보다 분명한 입장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미국을 통하지 않더라도 차라리 러시아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핵 보유국에 대한 정당성 지지를 강하게 선언적으로 받아내고, 그리고 나서 중러 간 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는 러시아 태도에 대해서 지지한다 이렇게 되면 간접적 승인이 되는 거거든요.”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푸틴 대통령 5선 확정을 계기로 미한일에 대응한 군사협력 수준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 교수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해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기반해 북러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러시아와 대등한 핵 보유국으로서 양국 군사협력의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도 핵 강국의 지위를 갖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군사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봅니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은 북한의 핵 보유가 불법이라는 전제 아래 취해지고 있는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런 노림수가 러시아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당면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탄약 등 결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만일 푸틴 대통령이 북한 핵을 인정하면 결과적으로 한국, 일본, 타이완 기타 비핵 국가들의 핵 보유를 자극할 수밖에 없고 NPT 체제가 깨지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체제도 깨질 거에요. NPT체제가 깨지면 러시아에도 재앙이다 그러니까 핵우산 등 우회적인 표현 외에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북러 관계의 전략적 변화 계기가 되기 보다는 한국과 쿠바 간 수교로 신냉전 외교에 상처를 입은 북한의 체면과 입지를 살려주는 외교적 서비스 차원의 상징적인 행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미국, 일본과의 협상지렛대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러시아는 앞으로도 북한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북한은 이런 상황에 안주하기 보다는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면서 미국, 일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에 나올 것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일본과 정상회담 물밑접촉을 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의 중간 단계 조치를 언급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고 명예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제1주적’으로 대화 상대에서 배제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난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북한이 지금 짜고 있는 구도는 지난 2018년 한반도의 봄을 다시 한 번 시도하지 않겠나 그걸 위해서 뭔가 구도를 짜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보는 거죠.”

고 명예교수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지상 시험 현지 지도에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 하의 전략무기 개발 과제들이 완결됐다고 조기 선언한 것은 2018년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2017년에 있었던 핵 무력 완성 선언을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8차 당 대회 당시 전술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물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그리고 정찰위성 개발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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