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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푸틴 대통령 ‘북한 핵 보유’ 발언 논란…핵 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키셀료프 '로씨야 세고드냐 미디어그룹'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키셀료프 '로씨야 세고드냐 미디어그룹'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핵 보유’를 직접 언급함에 따라 북한이 바라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관계를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데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공개된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자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핵과 관련해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핵 보유국 지위의 공식 승인은 아니지만 정치적 승인 효과를 빚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또 푸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반미진영 내에서 북한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15일부터 시작하는 러시아 대선 이후 있을 푸틴 대통령 방북 때 북러 정상회담에서 관련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핵 보유국으로서의 인정 또 하나는 북한이 자체적 핵 무장력을 갖고 자신의 안정을 보장하고 있다는 부분, 두 가지가 주요하게 북한이 원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향후 북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 발언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거듭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면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유지됐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NPT 체제에서 합법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고 있는 P5 국가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북한 핵 보유의 기정사실화를 우려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러시아가 인정하든 미국이 인정하든 소위 P5 차원에서 공식 인정하고 안하고 떠나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시키는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전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들을 앞으로 불러올지에 대해서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죠.”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미사일과 포탄 등을 지원하면서 형성된 밀착관계를 자신들의 숙원인 핵 보유국 지위 확보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11일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를 정권 안보와 국가적 자존심을 보장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에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관계를 이용하고자 희망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과 이후 이뤄진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 등을 통해 미국 등으로부터 느끼는 자신들의 위협 인식과 자체 방어를 위한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하게 피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통제수단이 마땅히 없는데다 오히려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는 입장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고 북한의 군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또 이런 상황에서 북한 안보 위협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이에 기반한 핵 보유 필요성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하는 이런 정치적 언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겠죠.”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근거가 되는 북한 핵 보유의 불법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할 경우 NPT 체제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고 이는 미국은 물론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를 우려하는 중국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 핵 보유’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서방에서 제기하는 러시아의 북한 핵 개발 지원설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이미 북한은 핵우산을 갖고 있는데 우리 도움이 뭐 필요하겠냐 그런 식으로 추가적인 어떤 연루되는데 대한 부담을 갖고 부인한 것으로 봐야겠죠. ICBM, 전술핵무기 투발 관련 미사일 기술 협력 이 부분을 우려하는 거겠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북정책은 이미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억제의 초점이 북한의 핵 능력 발전을 저지하는 것에서 현재는 핵무기 사용을 방지하는 것으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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