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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1분에 인생 담는 '60초 소설가'...트럭 운전사 부족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1분에 인생 담는 '60초 소설가'...트럭 운전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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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오늘 만나볼 작가는 거리에서 만난 그 누구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근사한 글로 담아냅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죠. 그런데 오늘 만나볼 이 작가는 거리에서 만난 그 누구든,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근사한 글로 담아냅니다. 그리고 1분 분량의 글에는 주인공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60초 소설가 댄 헐리(오른쪽) 씨가 뉴욕에서 행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필하고 있다.
60초 소설가 댄 헐리(오른쪽) 씨가 뉴욕에서 행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필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1분에 담아내는 인생, 60초 소설가”

[현장음: 뉴욕 거리]

“선생님, 60초 소설 한 편 써드릴까요?”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가는 뉴욕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이렇게 묻습니다. 노란색 재킷에 노란색 모자, 멋진 나비넥타이를 매고는, 무릎 위에 타자기를 올려놓고 있는 이 남성의 이름은 댄 헐리 씨인데요. 지난 40년간 이렇게 타자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고 있습니다.

글의 분량은 1분 남짓. 그래서 헐리 씨는 ‘60초 소설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녹취: 댄 헐리]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정신없이 지나간다며, 머리는 생각에 잠긴 채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사람들에게 헐리 씨는 잠시 멈춰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원래 과학 기자이었던 헐리 씨는 지난 1980년대 실험적으로 60초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곧 자신의 소명이 되었고, 약 40년을 60초 소설가로 살아오게 됐습니다.

[녹취: 댄 헐리]

지난 1983년 4월,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의 거리에 타자기를 들고나왔다는 헐리 씨. 하지만 처음엔 너무 창피하고 긴장해서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아 ‘60초 소설’이라는 작은 푯말을 세워놓곤, “선생님, 아가씨, 이야기 하나 원하십니까?”라고 물었지만,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무시하고 지나갔다는데요. 그때 한 나이 든 여성이 다가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었고, 그 여성과 1분 정도 대화를 나눈 후 단 몇 초 만에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사이 자신의 주위엔 약 20명의 사람이 몰려들었고, 타자기에서 뽑아낸 글을 읽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손뼉을 쳤다고 하네요.

헐리 씨는 그렇게 첫날 50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엔 자신의 출신지인 뉴욕을 갔고, 뉴욕의 거리에서도 똑같이 60초 소설을 쓰는 일을 했는데요. 첫 주말에만 벌어들인 돈이 약 500달러에 달했습니다. 결국, 헐리 씨는 시카고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뉴욕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녹취: 댄 헐리]

헐리 씨는 이 일을 38년 동안이나 하고 있으니 때때로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요. 지난 수십 년을 한결같이 노란 재킷에 노란색 나비넥타이를 하고, 노란색 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타나는 자신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공연을 하는 사람인 줄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헐리 씨가 고객과 대화하는 시간은 1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는데요. 헐리 씨는 다수의 독자가 아닌, 글의 주인공 단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녹취: 댄 헐리]

헐리 씨는 세상엔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과의 대화를 몇 년 만에 해보는 진정한 대화로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이혼한 이야기나 정신 질환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자신은 모든 것에 열려있고 결코 그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글에 담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뉴욕 거리에서 글을 쓴 지 4년 만에 헐리 씨는 유명인사가 됐고 여러 사업적인 기회도 많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사적인 파티나 행사에 초대돼 참석자들을 위해 글을 쓰기도 했고, 돈도 제법 벌어 집도 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헐리 씨는 거리의 행인들과의 대화가 그리워 다시 거리로 나왔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들려줄 만한 이야기 하나쯤은 있다고 말하는 헐리 씨는, 지금도 뉴욕 거리 한쪽에 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60초 소설에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운송업계가 직면한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은 물류 대란을 겪었습니다. 항구에서 물류 창고로 가는 것이 지연돼 쇼핑 배송이 많이 늦어지곤 했는데요. 이렇게 물류난을 겪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트럭협회에 따르면, 현재 8만 명의 트럭 운전사가 부족한 상황인데요. 거기다 하루 최대 11시간까지 운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운전사가 하루 운전하는 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운전사 배치 효율성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녹취: 데이비드 코렐]

MIT 대학의 데이비드 코렐 박사는 트럭 운송 가용률의 40%는 사용되지 않는 셈이라며 운전자들의 배치 스케줄 방식도 구식이고, 트럭 운전자들에 대한 처우도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운영 방식이 원활하지 않으니 운전사들이 물류 창고에서 짐을 내리고 싣는 데 대기하는 시간도 늘었는데요. 루마니아 이민자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고 있는 마리안 씨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마리안]

회사의 조직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직원들 교육은 잘 돼 있는지, 트럭 운전자들 처우를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마리안 씨는 물론 트럭 운전이 돈을 꽤 잘 버는 직업이라며, 일주일에 최대 2천 달러는 번다고 했는데요. 또 미 전역을 여행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설 트럭 운전사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제임스 장 씨는 트럭 운전이 이런 혜택은 있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장]

또한, 트럭 운전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도 미리 알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역 군인 등을 대상으로 트럭운전 직업 교육을 확대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스티브 비셀리 교수는 트럭 운전사들의 이직률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비셀리]

미국에서 상업용 운전면허증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350만 개 정도 되는데, 이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1천만 명에 달한다며, 일부 운전사들은 수면 규정 등, 융통성이 없는 여러 트럭 운전 규정 때문에 건축 등 다른 산업 분야로 이직을 하는 운전사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마리안]

마리안 씨 역시, 저녁 6시만 되면 트럭 운전사들이 주차하고 수면을 할 공간이 없어 두세 군데 찾아다녀야 한다고 했는데요. 동료 운전사들도 여기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비셀리]

비셀리 교수는 또 트럭 운전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했는데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을 싣고 미 전역을 달리는 트럭 운전자들을 좀 더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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