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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미사일 발사, '협상 대신 기술 전념' 보여줘"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 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장면을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의 중장거리 전략 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장면을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미국, 한국의 새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복합적 의도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핵미사일 능력 완성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북한이 더 이상 외교와 협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 또한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기술, 위협, 지렛대’라는 3가지 전략으로 집약됩니다.

[녹취: 수미 테리 전 백악관 보좌관] “North Korean missile technology advances with each test, heightening the threat against the US and North Korea's neighbors and potentially increasing North Korea's leverage if and when there are talks with either Washington or Seoul.”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2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때마다 관련 기술을 진전시키고, 미국과 북한의 주변국들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키며, 잠재적으로는 미국, 혹은 한국과 대화할 때 이용할 지렛대를 강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잇단 발사를 복합적 의도의 결과로 보는 전문가들은 도발 시점에서도 치밀한 계산을 읽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북한이 한국 새 정부를 시험해보고 주목을 끌기 위해 현 시점을 택한 게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시기에 주의를 다시 북한으로 돌리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 또한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한국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린 북한의 잇단 도발을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의 2차 핵실험과 같은 맥락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국내외로 여러 어려움에 처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로 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입니다.

[녹취: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The missile is designed to capture the attention of Washington. Trump seems to be distracted by other issues right now -- internal scandals, his current trip to the Middle East and Europe, relations with Russia…”

내부 정치 스캔들과 러시아와의 관계, 중동과 유럽 순방 등으로 집중도가 떨어진 트럼프 행정부의 주목을 끌려는 목적이 크다는 건데, 발사에 성공하면 미래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까지 점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페퍼 소장 외에도 북한의 성공적 발사를 ‘몸 값 올리기’ 과정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여기엔 협상 조건을 주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분석했습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북한은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에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할 것이며, 어떤 협상도 자신들 방식으로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는 이 같은 행보는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용과 어려움을 강조하려는 판에 박힌 전략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차원으로 보면서, 문 대통령이 (대북) 위협과 비난 전략을 이어가면 북한도 ‘벼랑끝전술’을 멈추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북한의 거듭된 무기 시험을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 정해진 시간표에 따른 기술 개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존 박 하버드 케네디스쿨 코리아워킹그룹 국장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미사일 시험 발사를 70번 넘게 했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탄도미사일 개발은 북한 정권이 명시한 완전한 핵 능력 보유 목표와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은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한국의 소위 ‘햇볕정책 2.0’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The bottom line is that I think advancement of the north Korean missile program must be deemed as far more important than any possible benefits it might receive from a ROK Sunshine Policy 2.0.”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때문에 햇볕정책을 반복할 수 없을 것으로 믿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외교에 관심이 없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의 목적은 오직 안정적인 핵 억제력을 개발하는 것이며, 따라서 외부에서 어떤 압박이 가해지더라도 생존 수단을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새로운 한국 정부와 화해하는데 관심이 없으며 외교적 유연성을 보이려는 의도 또한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전문가 13명 VOA 인터뷰 전문> (무순)

•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한국의 소위 ‘햇볕정책 2.0’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북한 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때문에 햇볕정책을 반복할 수 없을 것으로 믿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주요 전략은 언제나 미-한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미-한 동맹간 균열을 일으키는데 별 효력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오판이고, 이로 인해 오히려 미-한 동맹은 강화될 것이다.

•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 김정은은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하려는 최종 목표 아래 핵무기 기술을 완성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런 목표를 향해 작은 한 걸음을 더 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아직 통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때마다 관련 기술을 진전시키고, 미국과 북한 주변국들에 대한 위협을 높이며, 잠재적으로는 미국, 혹은 한국과 대화할 때 이용할 지렛대를 강화시킨다.

•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김정은은 처벌을 받지 않고 미사일을 시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유엔이 추가 대북제재 결의로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그의 이런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유엔이 지난 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제안한 추가 결의안은 중국에 의해 저지된 걸로 이해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이 그런 태도를 바꿀지 두고 볼 일이다.

•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이 향후 한국이나 미국과 갖게 될 협상에 앞서 조건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정권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들(북한)은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다. 또 가격만 맞으면 협상 여부를 고려할 수 있는 패를 마련하는 것이며, 자신들이 두려운 존재라는 인식을 조성하면서 억지력 또한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한 듯 보인다. 보다 흥미로운 건 정치적 측면이다. 북한은 새로운 한국 정부와 화해하는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 어떤 외교적 유연성을 보이려는 의도 또한 전혀 없는 것 같다.

•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 북한은 한국 정부를 시험해보고 주목을 끌기 위한 시점을 택한 게 분명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시기를 택함으로써 주의를 북한으로 분산시키고,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듯 하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역량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연구원: 북한의 의도는 분명하다. 외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바깥 세계로부터 어떤 압박이 가해지더라도, 생존 수단을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의 목적은 안정적인 핵 억제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 북한은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에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할 것이며, 어떤 협상도 자신들 방식으로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는 중국의 진정성을 시험해 볼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지만, 나는 중국이 여기에 실패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데 기꺼이 동참하고 이를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 한국, 일본이 제재 강화를 추진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완화할 방법을 찾을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북한 정권에 완전히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다.

•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 실장: 북한은 그 동안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복잡한 (핵과 미사일)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중국이 선호하는 방향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한국, 일본, 미국의 입장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

• 스테판 해거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는 협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용과 어려움을 강조하려는 판에 박힌 전략이 돼 가고 있다. 분석가들은 여전히 북한이 지난주 발사한 미사일의 심각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당시 북한은 스스로 개발한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한 걸음 전진을 뜻한다.

• 존 박 하버드 케네디스쿨 코리아워킹그룹 국장: 탄도미사일 개발은 북한 정권이 명시한 완전한 핵 능력 보유 목표와 일치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밝힌 대로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뒤 미사일 시험 발사를 70번 넘게 했다. 이는 15년 간 이어진 김정일 시대 때보다 훨씬 많은 횟수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한 것은 그들의 핵탄두가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 획기적인 진전에 해당한다. 21일 발사한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중거리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줬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직접적 위협으로 여기는 미국과 일본에게 이번 발사는 매우 긴급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전례 없이 2척의 항공모함 칼 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를 한반도에 배치했다. 미국과 일본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국 영토 타격을 위한 시도로 여기는 만큼 발사에 대해 느끼는 긴박감이 특히 크다.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북한은 우선 시험 발사를 통해 미사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럼으로써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역량이 떨어진다거나 외국의 교란에 의해 실패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주목을 끌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스캔들과 중동, 유럽 방문, 러시아와의 관계 등으로 주의가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의도도 있다. 셋째,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킴으로써 미래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끝으로, 북한과 관련해 긍정적 소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과시할 기회도 된다.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 지난 번 시험 발사 때 지적했듯이, 북한은 이번에도 문재인 행정부의 반응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위협과 비난 전략을 계속하면 북한도 ‘벼랑끝전술’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이 상당한 대북 지원을 하지 않는 한 북한으로부터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재인 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멈추지 않으면 외교가 어렵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계산을 바꾸는데 충분하지 않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적어도 미사일 시험 발사의 경우엔 그들의 “전통적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마도 한국과 북한이 사적인 외교를 통해 북한의 시험을 ‘동결’시키는 데 필요한 유인책이 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문재인 행정부가 그런 길을 갈지, 북한이 그런 상황에서 시험을 중단할지, 그리고 미국이 그런 움직임을 지원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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