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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독립채산제 이후 북한 노동자

  • 최원기

지난 1일 북한 노동절인 '5.1절'을 맞아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지난 5월1일은 전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국제노동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20년 간 장마당과 독립채산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자들 간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평안남도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KCNA] "전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 5.1절을 뜻 깊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48년 건국 때부터 ‘노동자 낙원’을 표방했기 때문에 헌법 규정을 비롯해 다양한 노동 관련 법률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헌법 70조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에 살다가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최현준 씨는 이 같은 규정이 ‘말’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최현준] “북한에서 직업선택권은 없습니다. 노동당이 직업을 선택하죠. 청년들이 17-18살에 군에 입대해서 전역하면, 당에서 탄광에 3만명, 농촌에 2만명, 이렇게 명령이 떨어집니다.”

북한의 ‘사회주의노동법’은 ‘8시간 노동과 8시간 휴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그러나 8시간 노동은 허울뿐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는 노동사업을 일별, 월별, 분기별로 계획화 해놓고 초과 달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특히 각종 속도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 천리마 운동을 벌인데 이어 지금까지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2008년 탈북한 김은호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호] “60년대 천리마 운동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운동, 운동이 이어지고 최근에는 조선속도 운동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분 문제도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체 주민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개 계층 51개 부류로 나눠놨습니다. 따라서 출신성분이 나쁜 경우 아무리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해도 대학에 가거나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없습니다. 유엔의 북한인권 청문회에 나온 탈북자 권영희 씨의 증언입니다.

[녹취: 권영희] “자기 가고 싶은 대학도 못 가고, 가고 싶은 군대도 못 갔고, 좋은 혼인 자리도 못 갔고. 이것이 다 차별이다 보니까 저희 형제들은 그것 때문에 많은 눈물을 흘렸었어요. 그 차별 하나 때문에.”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임금 협상을 벌이며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파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은 꿈도 못 꾸고 배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09년에 탈북한 권효진 씨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종의 ‘노예 노동자’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효진] “북한 노동자들은 교화소 안에 있는, 일종의 체불 노동자예요. 일한만큼 보수가 없어요.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당당해요. 일한 것만큼 보수를 요구하고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참 대조적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위기를 겪은 것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절이었습니다. 당시 공장과 기업소가 가동을 멈추고 배급이 중단됐으며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그 후 북한 당국은 몇 가지 수습책을 내놨습니다.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 조치’에 이어 2012년에는 ‘사회주의 기업관리책임제’를 발표했습니다. 이 정책은 기업소 지배인과 당 비서가 독립채산제에 따라 생산과 판매, 그리고 노동자 임금 지불까지 책임지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독립채산제가 실시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선 국영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들은 월 3천원 정도의 적은 월급과 불규칙한 배급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명절이 돼도 상에 올라오는 것은 강냉이 밥에 김치가 고작입니다.

반면 외화를 만지는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은 나은 편입니다. 국영기업 노동자의 1백 배에 해당되는 20-30만원의 임금을 받는데다 배급도 제대로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다니는 노동자의 삶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탈북자 최현준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최현준] "잘 버는 무역회사 다니는 사람이 30만원이면 달러로 계산하면 50 불 밖에 안되지만그래도 일반 주민들이 버는 3-4천원에 비해서는 수 십배 많은 돈인데…”

또 1990년대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다가 자영업자가 된 ‘돈주’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도매상과 중국과의 무역, 그리고 노래방, 비디오 촬영업은 물론 부동산 거래까지 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 중국, 중동으로 나간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건설 현장과 봉제, 의류 공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들의 월급은 300-1천 달러 수준이지만 임금의 70% 이상을 당국에 의해 착취당하는 실정이라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북한에서 모든 노동권은 유린되고 있고, 해외파견 근로자가 6만명 정도 되는데 해외파견 노동자의 노동 상황을 보면 노예노동이나 강제노동 상황이죠.”

북한에도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조선직업총동맹’이라는 노동자 단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직은 노동당의 외곽단체로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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