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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북한 태양절 열병식의 4인…김여정 재등장

  • 최원기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복 차림 참석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1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평양의 권력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특히 양복 차림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9개월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한 김여정, 그리고 김원홍 국가보위상 등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열병식에 등장한 4인의 모습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KCNA/ 효과음] "지금부터 열병종대 입장과 종합 군악대의 입장을 시작하겠습니다.”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지난 15일 열린 `태양절' 열병식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 그리고 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양복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012년과 2015년 열병식에서는 감색 인민복 차림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주석단 중앙에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열병식을 지켜보며 간간히 고위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여유 있는 최고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받고 있고 북-중 관계도 흔들리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안정된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군복보다는 양복을 입은 것 같고…”

이날 행사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을 보면 김여정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주석단 출입문 옆에 서서 입장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영접한 것은 물론 방송 카메라를 피해 주석단 뒤쪽 기둥 사이를 오가면서 행사를 챙겼습니다.

또 열병식이 시작되자 열병식 순서가 적힌 것으로 보이는 큰 책자를 직접 김 위원장 앞에 펼쳐주기도 했습니다. 이어 열병식이 끝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13일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받은 꽃다발을 받아 드는 장면이 북한 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김여정이 행사 전반을 관장하는 핵심 실세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Organizer, chief organizer of the elites..”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9개월만입니다. 올해 30살인 김여정은 지난해상반기 9차례나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 참석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정창현 한국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김여정의 정치적 위치가 한층 확고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대외적으로 공개 행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보여지고, 또 그만큼 노간부 사이에서 김여정의 위치가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올 1월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깜짝 등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김원홍은 별 넷 대장 계급장을 달고 주석단에 나타나 군부 4번째 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김원홍이 대장 계급장을 달고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그가 일단 복권됐음을 의미한다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어쨌든 간에 대장 계급으로 김원홍이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복권이 됐다고 봐야겠죠.”

김원홍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대면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행사를 마치고 군 장성들과 인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김원홍은 부동자세에서 어찌할 줄 모르며 고개를 두어 번 숙였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김원홍 옆에 서 있던 김명식 해군사령관과 악수하자 김원홍은 거수경례를 한 뒤 곧바로 또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앞서 김원홍은 1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나 14일 열린 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외부 여론 등을 감안해 김원홍에 대한 가택연금을 전격 중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외부에서 자꾸 김원홍 얘기가 나오니까, 김원홍이 질책을 받긴 했지만, 김원홍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가보위부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조직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통일부는 17일 아직 북한 공식매체에서 김원홍의 직위나 성명이 언급된 적이 없다며, 국가보위상 복직 여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병식에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최룡해]”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정창현 소장은 최룡해가 김정은 위원장 대신 연설을 한 것은 고령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북측 내부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 이후에는 최룡해로 갈려는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최룡해가 연설자로 기용된 것으로 보여지고…”

앞서 2015년 당 창건 70돌 열병식과 2012년 4월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주석단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영남 위원장은 행사 초반 김여정에게 뭔가를 물으며 다른 곳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 김정은 위원장이 주석단을 한 바퀴 돌며 인사를 할 때 나타나 뒤를 따랐습니다.

관측통들은 올해 89살인 김영남 위원장이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열병식 내내 서 있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년 전 열병식에서 김영남은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서서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대장 칭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신문'은 열병식 소식을 전하면서 “전략군 로켓종대들이 리병철 육군 대장의 지휘차를 따라 힘차게 전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태양절 전날인 14일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대장으로 진급시키는 등 군 장성 18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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