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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 핵 특사] "이란 핵 합의, 6자회담 재개 가능성 열어...정치 압박없이 협상 가능 시사"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자료사진)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자료사진)

이란 핵 합의는 북한에 정치적 변화 압박 없이도 미국과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6자회담 재개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가 밝혔습니다. 1994년 제1차 북 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던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핵 합의와 맞물려 제네바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당시 상황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합의문에 우라늄 농축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이란과의 핵 합의에 부정적인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1994년 북한과 체결한 제네바 합의를 상기시키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던 당사자로서 이런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갈루치) 1994년 제네바 합의는 좋은 합의였다고 믿습니다. 아무 합의도 맺지 않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죠. 완벽한 합의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속임수를 쓸 것이라는 점도 늘 염두에 두고 있었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위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기술을 넘겨받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제네바 합의가 실패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오히려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제네바 합의를 포기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북한이 먼저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지만, 이어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의 반대로 북한과 제대로 관여하지 못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재협상 대신 합의를 깨버렸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그대로 실천하게 된 겁니다.

기자) 그럼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속임수에 어떻게 대응해야 했다고 보시는 거죠?

갈루치) 미국이 북한과 파키스탄 간 핵 거래를 정확히 언제 포착했는지 분명치 않지만, 아마 1997년쯤일 겁니다. 클린턴 행정부는 임기 말 추진했던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대북 포용에 나서되 북한에 더욱 철저한 투명성을 요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시 차기로 점쳐진 앨 고어 행정부에 그런 과제를 넘기려고 했던 건데, 결국 정권을 잡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9월 북한과 충돌하죠. 당시 미국은 북한을 비난하면서 제네바 합의를 계속 이행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여를 미루지 말았어야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북한과 좀 더 일찍 마주 앉았어야 했는데, 다음 계획을 짠 뒤 마주 앉으려다 보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게 된 겁니다.

기자) 현 시점에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돌이켜볼 때 북한과 다른 방식으로 협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까? 앞으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이행하게 될 당사자들에게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갈루치) 당시 합의가 막판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판단해야 할 게 있었습니다. 제네바 합의에 어떤 종류의 우라늄 기술도 배제한다는 문구를 분명히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이미 제네바 합의엔 우라늄 농축도 배제한다는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겼습니다. 합의 안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가 언급돼 있는데 이 선언은 (플루토늄) 재처리 뿐아니라 (우라늄) 농축도 금지하고 있으니까요. 말하자면 우리는 우라늄 농축 금지를 간접적으로 명시한 겁니다. 하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갈 경우 합의문에 우라늄 농축 금지 조항을 담도록 시도하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기자) 후회하십니까?

갈루치) 그렇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이란 핵 합의를 바라보면서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시는지요?

갈루치) 그런 주장이 나오는 배경은 이해가 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선 이란 핵 합의는 현재 취약해 보입니다. 역내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몇몇 아랍국가들, 그리고 미 의회의 비판 때문에 확고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궁극적으로 합의가 굳건해지면 그 때 가서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북한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로 좀처럼 압박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장 눈 앞의 상황과 바로 옆 나라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합의가 북한의 결정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그래도 쿠바, 이란 등이 모두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북한이 느낄 심리적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요?

갈루치) 북한은 이미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 특히 바르샤바조약과 동독의 해체를 지켜봤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단 얘깁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들 나름의 시스템을 갖췄고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고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쿠바나 이란 상황의 변화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란 핵 협상이 북한에 주는 교훈, 다시 말해 북한이 이번 합의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갈루치) 제재 해제가 이란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은 북한에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수 십억 달러 자산의 동결이 풀리고 원유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국가의 번영에 큰 영향을 줄 테니까요. 그리고 적어도 오바마 대통령은 핵 문제를 이란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다른 불만들과 구별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란의 인권 문제, 미국인 억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 등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들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 협상에 나선다 해도 미국은 북한에 극적인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란 핵 협상이) 북한에 주는 가장 중요한 신호라고 하겠습니다.

기자) 이란 핵 협상이 북 핵 6자회담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요?

갈루치)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거쳐 이란 핵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과의 관여 기회 역시 모색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북한의 의중을 단정할 순 없지만 이란과의 성공적 협상 경험이 두 나라로 하여금 관여를 문제 해결 수단으로 시도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란 핵 합의가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미국 행정부의 접근법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갈루치)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 건강보험개혁법,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등 다양한 사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란 핵 합의는 오바마 외교정책 가운데 가장 큰 성공으로 여겨집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북한 문제가 두드러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란 핵 협상이 성공으로 굳어지지 않는다면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가 성공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결국 대북 관여의 초석을 마련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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