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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미-북 평양 접촉, 양국관계 영향 미미"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자료사진)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최근 평양에서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소식이 지난 주 전해졌는데요. 주요 현안에 대한 미-북 양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이 비공개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 16일. 국무부의 새 대북라인이 윤곽을 드러내던 와중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아래 성 김 주한 미국대사와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한반도담당 보좌관이 각각 부차관보와 6자회담 특사로 포진하며 직제개편을 마무리하는 구도입니다.

따라서 이번 미-북 접촉은 대북라인의 진용을 새로 갖춘 미국이 북한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고 조율 가능성을 거듭 타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한국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컬럼비아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수미 테리 연구원] “새로 (미국) 정부 쪽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뀌면서 북한의 포지션에 변경이 있는지, 뭔가 떠보려고 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 이런 성격의 방북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리가 반드시 동행하는 게 관행이라면서, 사일러 보좌관이 일행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연구원] “NSC (국가안보회의)에서 그냥 국무부나 정보부처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을 리는 없고, 또 시드니 사일러는 오랫동안 CIA (중앙정보국)나 DNI (국가정보국)에서 조셉 디트라니 밑에서 그 비밀 채널과 직접 관련됐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이런 미팅이 있었으면 시드니 사일러는 거의 99% 멤버이죠.”

사일러 보좌관은 지난 2012년 4월과 8월 두 차례 평양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미-북 접촉에도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넘게 공석인 6자회담 특사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져 업무 재개 지점을 가늠해야 할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 3 명을 석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비공개 방북의 초점은 우선 이 문제에 맞춰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I suspect that the release and the welfare of the three Americans incarcerated in Pyongyang was at the top of the list.”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논의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양측이 보다 광범위한 사안에서 접점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미-북 간 직접 접촉을 통해 미국인 귀환 시기를 앞당긴다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핵심 쟁점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기 때문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2년 만에 마주한 미-북 당국자들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부소장] “What is possible on the table in terms of negotiation…”

따라서 핵 협상 단계를 세분화해 합의 조건을 미세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유인책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지 등을 재검토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 억류 문제도 분명히 다뤄졌겠지만 1차적 협의 주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미 당국자들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북한 측에 미국 정부의 우려 또한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It could also have been the an exploratory meeting to try to figure out who’s possible to get back to the six-party talks…”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핵과 미사일 기술의 확산 의혹, 일본과의 전격적인 관계 개선 시도에 따른 파장 등 가능한 모든 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렸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를 적극 제시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경제 지원과 제재 완화 등은 물론 미국인 석방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다만 조시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미국인 석방 협상 과정에 관여했던 스트로브 부소장은 과거 북한이 거액의 몸값을 석방 대가로 요구했던 전례는 거의 없다고 회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북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연결 지을 수 없다면서 접촉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의 입장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 “Given the firm and clear, consistent position of the Obama Administration and equally clear position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 think it’s unlikely we would see…”

현재까지 북한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 소식이 없고 미-북 간 별다른 움직임 역시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고스 국장은 미-북 간 “조용한 채널” 가동이 공식 협상 재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스 총장 또한 이런 접촉이 해로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달라진 대북정책 방향을 예시하거나 현 교착국면의 돌파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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