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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IAEA 사무차장 "북 영변 핵시설 안전기준 크게 미달"


지난 2007년 북한과 핵 동결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지난 2007년 북한과 핵 동결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최근 재가동 의혹이 제기된 영변 핵 시설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된 기술적, 행정적 결함이 고스란히 발견된다는 우려입니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교 벨퍼 학술·국제문제센터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영변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를 계속 제기해 오셨습니다. 어느 정도나 심각한 겁니까?

하이노넨 박사) “I think this is a real concern because when we look at the 5MW reactor…”

재가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5MW 원자로의 경우 이미 수 십 년 전 건설된 시설로 상당히 구식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고 있죠. 일부 부품을 교체한다고 해도 현재의 원자로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안전기준에 미달되는 건가요?

하이노넨 박사) “Three things here which we need to look. First is the design of the reactor…”

세 가지 기준을 봐야 합니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춘 원자로 설계, 철저한 안전수칙에 따른 조종,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감독기구가 필요하죠. 사고를 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이 기준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는데, 북한 핵시설에서도 이런 기준들을 역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 그런 상황에서 최근 영변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포착됐는데요.

하이노넨 박사) “This reactor should not be started because I don’t think that…”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원자로를 가동시켜선 안됩니다. 만약 재가동 한 게 사실이라면 시리아의 경우처럼 냉각탑 대신 강을 냉각시설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원자로 안전운용에 필요한 예비전력이나 비상 냉각시설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북한이 최근 원자로 재가동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100% 확실한 건 아닙니다. 상용위성으로는 핵시설에서 새는 흰색 증기를 세밀히 관찰하기 어렵고 강물을 냉각시설로 이용하는지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 징후를 보이는 것 자체가 정치적 신호가 아닌가, 그런 분석이 있습니다.

하이노넨 박사) “I produces so little electricity that it makes, in my view…”

영변 5MW 원자로는 발전용으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미미해서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중성자 물리학이나 핵 물리학을 연구하는 실험용으로도 적절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플루토늄 생산이 목적이라는 건데, 결국은 비핵화 문제로 귀결되는 겁니다.

기자) 당장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건 ‘진정성 있는 조치’, ‘신뢰할 만한 조치’ 이런 애매한 표현들인데요. 기술적으로 어떤 사전 조치를 들 수 있을까요?

하이노넨 박사) “I think the first step should be a full disclosure by DPRK…”

우선 북한이 과거와 현재 핵 계획을 완전히 공개하는 겁니다. 모든 핵물질을 포함해서요.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을 초청해야 합니다.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 단계에서 벌써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 나라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북한에 뭔가 반대급부가 주어져야 하겠지만 그건 정치적 문제이구요.

기자) IAEA 실사단이 현장에 들어가도 완전한 검증은 어려운 것 아닌가요?

하이노넨 박사) “Yes, it is to certain probability. Nothing is 100% sure in this world…”

100%는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한 일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 폐기 과정을 좋은 예로 들고 싶습니다. 당시 IAEA는 남아공 당국의 협조로 민수용, 군사용 핵 프로그램을 모두 검증했습니다. 먼저 20년 동안 생산된 핵 물질 양은 물론 생산 시기와 장소를 모두 확인했죠. 이어 해당 장소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관련 시설을 검증했는데, 이 단계에서 핵 계획 윤곽이 드러납니다. 당시 남아공 당국은 핵시설과 물질, 관련 인력에 대한 조사단의 추가 접근도 허용했습니다. 또 군사시설에도 접근토록 해 핵 계획 복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한 과정이긴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작업은 아니고, 제가 아는 한 북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계획입니다.

기자) 북한 당국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하셨는데, 남아공 모델을 건의해 보신 적은 없나요?

하이노넨 박사) “Well, officially, really never…”

공식적으론 없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명시된 IAEA 권한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흑연감속로 등 신고된 시설 사찰만 가능했을 뿐, 우라늄 광산이나 심증을 갖고 있던 농축 문제는 논의조차 못했습니다. 이후 2007년 2.13 합의 때 IAEA 권한은 그나마 더 축소됐습니다. 사실 남아공 모델 얘길 꺼내려고 하면 북한 당국은 그건 미국 등의 경수로 제공 약속이 상당 부분 진전된 이후의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북한과 새로운 합의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검증체제를 구축해야 하구요.

기자) 앞으로 IAEA 사찰단이 다시 북한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조건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하시겠습니까?

하이노넨 박사) “First is there is full declaration, that’s the kind of a baseline…”

우선 완전한 신고가 전제돼야 합니다. 그리고 IAEA가 핵 관련 시설과 인력에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구요. 이미 언급한 대로 제네바 합의와 2.13 합의에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핵 계획의 범위와 내용을 확실히 검증하지 못했었죠.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과 현지 핵 관련 시설 등에 대한 IAEA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합의를 이뤄내는 데서 출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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