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비 유엔 북안인권조사위원장이 지난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안인권최종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안인권조사위원장이 지난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안인권최종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인권 개선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인데요, 한국 정부는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20일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이 발표한 북한 인권 침해 보고서관련 화상토론회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에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There is no doubt, President Moon Jae-In has taken a very different approach to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d this has not always been favorable to or supportive of the COI report, or what is now that should be APPG.” 

“문재인 대통령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 인권에 대해 매우 다른 접근법을 취했으며, 이것은 COI 보고서나 지금의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 보고서에 항상 호의적이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특히 보고서에 기고한 글에서 “COI 보고서와 북한 인권에 대한 조치 달성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채택한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 변화”라며 유엔 COI 보고서의 이행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One of the greatest challenges facing the achievement of action on the COI report and on human rights in DPRK is the shift in position concerning human rights in DPRK, adopted by the Moon Administration in ROK.

COI 보고서가 조명한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 대응 후속 조치의 명백한 실패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두 차례 동참하지 않은 것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전단을 통한 정보 살포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한 것”을 지적한 겁니다.

그러면서 COI  조사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의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여러 차례 소통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 우려에 대한 한국의 장기적 전략에 대해 소통의 장을 여는 것이 매우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It would be highly desirable to open lines of communication about the long-term strategies of ROK concerning the dire situation of human rights of ethnic Koreans in DPRK,”

이날 행사를 주최한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 답장에서 “한국과 미국(과거 트럼프 행정부)이 안보 의제를 추진하다 인권 의제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알톤 의원] “I think that both the ROK and US lost sight of the human rights agenda in their pursuit of the security agenda. The lessons from the Cold War are that both should be pursued in tandem.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강행 등에 여러 차례 강한 우려를 제기했던 알톤 의원은 “냉전의 교훈은 둘 다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권에 침묵하고 남북 교류와 비핵화에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 주민들이 모든 인권을 보장받도록 유엔 또는 다른 국가들, 특히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한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전날 보고서 권고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

영국주재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도 이날 화상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옹호하고 계속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외면하면서 한국 내 인권 운동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In South Korea, it is very difficult for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ivists, hold any conference or meetings to deliver about the human rights situations of North Korea.”

문재인 정부의 이런 정책 때문에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 운동가들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관해 어떤 회의나 이를 전달하려는 모임을 개최하기조차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런 우려와 비판이 최근 들어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뿐 아니라 전·현직 유엔과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주목됩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앞서 VOA에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으며, 한국 정부의 해명에 관해서도 최근 ‘RFA’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듭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영국 의회에서 일하며 유럽의회와 북한 인권 문제 등을 협의하는 티머시 조 사무관은 22일 VOA에, “대북전단금지법과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한국 정부가 계속 불참하는 데 대해 유럽에서도 우려가 크다”면서 “이는 인권을 수호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옮지 않은 방향”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계속 전달되는 국제사회의 서한으로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세계 300여 개 단체를 대변하는 67개 비정부 기구들과 퀸타나 보고관 등 국제 인사들은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의 침묵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더 부추긴다며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 개선을 촉구했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북한 반인도철폐국제연대(ICNK), 휴먼 라이츠 워치(HRW),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 수십 명의 서명이 담긴 서한이 최근까지도 청와대와 한국 외교부에 계속 전달됐고, 별도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의 혐의서한과 우려 서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분야에서 40년 이상 활동한 전문가로 최근 ‘북한의 인권과 유엔의 역할’ 보고서를 발표한 데이비드 호크 전 국제앰네스티 미국 지부장은 22일 VOA에, 국제 인권 옹호자들이 특히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북한인권위원회 선임 고문 데이비드 호크(David Hawk)

[녹취: 호크 전 지부장] “That was really shocking!  The human rights advocates did not expect that South Korea would go that far as to restrict the rights and freedoms of South Koreans in support of the North Korean restrictions on the rights of North Koreans to obtain information from outside the country.  it's perverse”

“인권 옹호자들은 북한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남한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는 데까지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호크 전 지부장은 국제 인권 원칙과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해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사회의 역사적 교훈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호크 전 지부장] “The experience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that, empirically, you make progress when human rights issues are included in the engagement agenda. That's the experience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so I believe that the political line and the approach of the South Korean progressives, is just doesn't stand up, It's just objectively incorrect it's wrong.”

“국제사회의 경험은 인권 문제를 관여 의제에 포함할 때 경험적으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내 진보주의자들의 대북 정치적 노선과 접근은 유효하지 않으며 객관적으로도 틀리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 원칙에 부합하고 대북 인권 정책 역시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간의 교류·협력 강화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유엔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하고 인권 상황도 더 악화된 북한의 현실을 볼 때 한국 정부의 논리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공석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하며, 유엔 COI 보고서 이행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