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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로운 모바일 소액 결제 수단 활성화...외부와의 관여 기회”


북한 평양에서 지난 2012년 3월 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 평양에서 지난 2012년 3월 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손전화(휴대전화)를 이용한 소액 송금과 결제 등 ‘모바일 금융활동’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움직임은 북한에 외부 세계와의 새로운 관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최근 몇 년 새 북한에선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를 통한 소액 결제’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북한의 모바일 금융시스템 구축, 나아가 북한의 국제사회와의 관여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16일 미국평화연구소 USIP를 통해 공개된 ‘북한 전화돈: 모바일 결제시스템 이전 단계의 통화시간 거래’라는 보고서는 최근 북한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는 ‘전화돈’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의 ‘모바일 소액 결제’ 방식이 등장했고, 이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기술입니다.

북한의 ‘전화돈’은 미국과 한국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라들의 모바일 금융결제와는 형태가 다릅니다.

미국 등에선 금융기관이 직접 휴대전화에서 사용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를 휴대전화에 설치한 후 예금과 송금, 결제 등 일상적인 금융활동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전화돈’은 금융권이 개입한 거래 방식이 아닌 일종의 ‘물물거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 요금체계는 선불제로, 석 달에 북한 돈 약 3천 원을 내면 매달 기본 200분에 추가 35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등 외화로 추가 비용을 내면 원하는 만큼의 추가 시간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200분은 해당 월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지만 이 후 주어지는 35분, 그리고 충전을 통해 더 많이 들어온 통화시간에 대해선 이월뿐 아니라 양도도 가능합니다.

보고서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남는 전화통화 시간을 친지나 지인에게 양도하는데 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재화’로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북한 평양에서 한 남성이 모바일 폰으로 피아노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북한 평양에서 한 남성이 모바일 폰으로 피아노 게임을 하고 있다.

가령, 장마당에 나간 한 여성이 현금이 모두 떨어지자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남은 ‘통화시간’을 화장품 판매상에게 양도하고, 그에 상응하는 값의 화장품을 구입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한 남성은 출장 길에 지갑을 잃어버렸지만 부인이 직접 ‘전화돈’을 보내 줘 이를 통해 차편은 물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습니다.

보고서의 저자인 김연호 미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전화돈은 큰 액수에는 불편해서 안 써요. 예를 들어서 무엇을 사러 갔는데 한 5달러가량 한다, 그런데 만약 돈이 모자란다고 하면 그 때 ‘그럼 나머지는 전화돈으로 해결 합시다. 내가 전화돈 얼마를 보내면 5달러로 쳐줄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하는 거죠. 이는 북한의 새로운 민간 송금 방식이죠. 선진사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원시적이고 원초적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첨단 기법인 겁니다.”

김연호 부소장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런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호 부소장] “손전화가 북한 사람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지고 다들 손전화를 갖고 싶어 하고, 또 손전화로 통화하는 게 중요한 일상의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기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통화시간이 필요한 거죠.”

김 부소장은 또 화폐개혁으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이 은행을 통한 거래 대신 ‘돈주’를 이용한 목돈 송금과 화폐를 이용한 직접 거래 등 ‘사금융’을 선호하면서 ‘전화돈’ 사용이 더 활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연소 부소장] “북한 공식 은행망이 있긴 하지만 워낙 북한 사람들이 북한의 은행을 믿지 않죠. 돈을 맡겨도 제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공식적인 송금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뭔가 다른 방식을 찾는 거죠.”

한편 보고서는 북한이 모바일 금융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현재 20% 수준인 휴대전화 보급률이 80%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주민들을 통제하려는 북한 중앙정부와 정부의 금융시스템을 불신하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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