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Thursday, Dec. 5, 2019 photo passers-by walk near an entrance to a building at Harvard Law School, in Cambridge, Mass…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하버드 법대 도서관 입구.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에 대해 하버드대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문이 사실과 다른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학생과 민간단체들의 청원 운동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7일 이 학교 마크 램지어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을 둘러싸고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램지어 교수가 다음 달 학술지 ‘법과 경제 국제 리뷰(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출간 예정인 논문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기존에 알려진 ‘성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 위안부 금전 이익 계약 주장

일본 ‘산케이 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논문 요약문을 보면,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이 성노예가 아니라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업자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위안부 여성들을 속였다면 일본 정부가 아닌 이들을 모집하고 계약한 업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위안부를 일본군의 성노예 피해자로 규정한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 인권단체들, 전 세계 주요 역사학자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겁니다. 

다른 하버드대 교수들 반박

하버드대의 다른 교수들은 당장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이 대학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카터 에커트 교수는 ‘크림슨’ 신문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실증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볼 때) 한심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료 역사학자와 함께 이를 반박할 저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시카고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지난 12월 램지어 교수로부터 논문이 담긴 이메일을 받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증거적으로도 가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동료인 하버드대 로스쿨의 한국계 지니 석 거슨(석지영) 교수는 6일 ‘트위터’에 램지어 교수의 논리는 “도덕적으로 터무니없는 것을 제외하고도 분석적으로도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위안부들이 수천 명과 성관계 의무를 완수할 때까지 자유롭게 떠날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곧 계약제도가 있기 때문에 고용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의미로 이것이 곧 “노예의 정의”라는 지적입니다. 

거슨 교수는 그러면서 “어떤 법률 제도도 이런 성격의 계약을 인정하거나 정당하게 시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생 단체와 민간 청원 운동 활발

이런 가운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규탄하는 청원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가 지난 4일 규탄 성명과 함께 시작한 청원 운동은 8일 오후 현재 이 대학 5개 단체와 전미 대학 로스쿨 재학생 1천 11명이 연대 서명했습니다. 

한국의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Change.org’에 ‘성 노예 전쟁 범죄를 옹호하는 하버드 로스쿨 교수?’란 제목으로 논문 게재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게임이론’ 논리를 적용해서 돈을 버는 여성의 목적이 모집업자, 일본군의 이해관계와 일치했기 때문에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위안부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게임이론’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강압적으로 자행되고 국제관습법상 허용되지 않는 성노예 제도”로 게임이론을 위안부에 적용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자 전쟁범죄 옹호”라는 겁니다.

램지어 교수의 반성과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이 청원에는 8일 오후 현재 5천 107명이 동참했습니다.

램지어 교수는 ‘하버드 크림슨’ 신문에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책무가 있다며 논문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논문 철회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이미 일본 정부가 과거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사과했으며, 미국 의회에서도 결의안을 통해 역사적 만행을 규탄한 바 있습니다.

일본, 고노 담화 통해 이미 위안부 강제 동원 인정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993년에 발표한 담화(고노 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은 “감언, 강압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한 사례가 많았고,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었습니다. 

또 위안소 생활은 “강제적, 참혹한 것”이었다면서 일본군이 위안소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미국 연방 하원도 지난 2007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과,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