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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소년 흡연 심각...체계적 금연 교육 없어”


담배를 피우는 북한 어린이.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북-중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담배를 피우는 북한 어린이.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북-중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청소년 흡연 예방을 강조한 가운데, 북한의 청소년 흡연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흡연율도 2017년 기준 46%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녹취: WHO 동영상] “The Tobacco industry is targeting children and adolescents to replace the 8 million people their products kill each year. SPEAK OUT”

담배업계가 매년 전 세계에서 흡연으로 사망하는 8백만 명을 대체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WHO는 올해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이렇게 담배업계의 유혹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주제로 흡연 예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5세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이 25세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보다 60세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고, 니코틴 의존도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유발, 키는 평균 2.5cm 덜 자라는 등 조기 흡연은 인체에 타격이 더 크다는 겁니다.

WHO는 세계 흡연인구가 13억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80%가 저·중소득 국가(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에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매년 흡연으로 사망하는 8백만 명 가운데 120만 명은 비흡연자로, 간접흡연 피해자라고 덧붙였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017년 세계 61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3세~15세 청소년 가운데 11%가 흡연자였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중학생 가운데 10.5%, 고등학생의 27.5%가 설문조사일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전자담배를 사용했다고 답해,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CDC는 밝혔습니다.

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그러나 북한의 청소년 흡연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북한 내 흡연 실태에 관한 책(북한담배: 프로파간다와 브랜드의 변주곡)을 펴낸 한국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입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뭐 유도 아니다(비교가 힘들 정도로 심하다) 이렇게 보통 표현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얘기하니까요. 제가 (북-중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담배 피우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 사진을 책에 올리면서 충격적이라고 했더니 탈북민들은 뭐 그 정도 같고 그러냐. 아이들 담배 피우는 거 당연하지, 그렇게 얘기할 정도입니다.”

강 교수는 29일 VOA에, 북한 당국이 금연운동을 나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처럼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금연교육을 하지 않아 경각심을 거의 갖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업체 지배인 출신 켄 씨는,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거의 다 흡연자로 보면 될 정도로 북한에 청소년 흡연문화가 만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나 서방국과 달리, 거리와 건물 어디서든 어른들이 흡연을 하는 환경, 어려서부터 동원 노동을 자주 하지만, 딱히 피로를 풀 여가나 오락 거리가 없어 담배에 쉽게 의존한다는 겁니다

[녹취: 켄 씨] “노래도 자유롭게 못 해, 행동도 자유롭게 못 하잖아요. 일단 북한은 일반 서민이 놀러 갈 데가 없어요. 돈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죠. 또 담배를 안 피우는 남자들도 군대에 가면 다 배우게 돼 있어요. 너무 힘드니까 담배밖에 자기 마음을 달랠 데가 없는 거예요.”

지 2016년 6월 북한 평양 시내에서 주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 2016년 6월 북한 평양 시내에서 주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 북한 16세 남성의 59.9%가 흡연자로, 같은 나이의 한국 남학생 흡연율 21%보다 3배가량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WHO는 지난해 발표한 세계 흡연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의 흡연율이 2002년에 59.9%, 2006년에 54.8%, 2017년에 46.1%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밝혔지만 신뢰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동완 교수는 경제 규모가 북한보다 50배 가까이 큰 한국 내 담배가 50종인 반면 북한은 200여 종류에 달한다며, 북한에서 담배는 기호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담배는 북한의 각계각층에 만연된 뇌물의 최대 필수품이기 때문에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않으면 금연운동은 다른 정치 구호처럼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북한사회에서 담배는 곧 뇌물입니다. 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담배 한 갑이라도 줘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흡연률도 높지만,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담배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켄 씨는 담배가 북한에서는 제2의 화폐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씨] “담배가 북한에서는 돈 다음으로 가는 뇌물의 일종입니다. 담배를 받는 것은 법에 안 걸려요. 돈은 걸리지만. 사업상이나 개인적으로

유통하는 제2의 화폐와 같거든요. 간부들은 대부분 세븐스타와 피스 등 일본 담배를 피워요.”

담배를 뇌물로 받은 뒤 이를 상점에서 돈으로 환전하는 행태가 만연돼 있어 미국이나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강 교수는 이 때문에 북한과 자유민주국가의 담배문화 차이는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아직도 담배를 피워요?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한국에는 흡연자가 설 자리가 없죠. 흡연권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건강권이 훨씬 인정받는 겁니다. 결국 개인의 건강도 있지만, 자유주의 국가에서 갖는 타인에 대한 배려죠. 나의 흡연권보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하나의 민주시민 교육인 거죠.”

WHO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은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 담배 세금을 대폭 올리고 끔찍한 암 경고를 담뱃갑에 넣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며, 금연정책에 대해 10점 만점 기준에 절반인 5점을 부여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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