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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기관∙단체, 대북제재 면제 연장 신청…"국경 봉쇄 풀려야"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조중친선다리(중조우의교)' 위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조중친선다리(중조우의교)' 위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10개의 국제기구와 대북 지원단체가 대북 제재 면제 기간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북 지원단체들은 북한이 국경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지원 물자 반입이 계속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재 면제 기간 연장을 요청해 승인받은 기관은 10곳, 총 승인 건수는 11건에 달합니다.

해당 기관 중에는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도 포함돼 있습니다.

WHO의 경우, 바이러스 ‘환자에 대한 적기 치료와 북한의 취약 계층 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제공하려 했던 진단 장비와 물품의 반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면제 기간 연장을 요청했습니다.

대북 반입이 지연된 12종류의 물품 중에는 성인∙아동용 인공호흡기, 산소 포화도 측정기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북제재위는 지난 9월 WHO의 코로나바이러스 예방∙통제 사업 관련 제재 면제 기간을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물품 조달, 운송과 관련된 어려움’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WFP도 지난 7월 유사한 이유로 북한 주민의 영양실조와 식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 물품 전달에 대한 제재 면제 기간을 1년 더 늘려 내년 7월까지로 재조정했습니다.

유니세프는 안전한 식수 공급과 수술이 필요한 산모 출산을 지원하는 의료 사업 진행에 필수적인 물품 반입을 내년 3월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유엔 기구 외에도 일반∙다제내성 결핵(MDR-TB)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대북 지원단체들도 치료제 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결핵 퇴치사업을 펼쳐 온 한 구호단체는 VOA에 익명을 전제로, 신종 코로나 때문에 ‘분명히 물류 조달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재 면제를 요청하는 주된 이유는 1월 이후 이어진 인도적 물품 (반입)에 대한 북한 국경의 사실상 폐쇄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또 남포와 중국 다롄 사이의 컨테이너 선박 운송 서비스나 항공편이 없을뿐 아니라 기차나 트럭으로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일도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물류 수송 수단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엄격한 격리 조치를 해제하고 국경을 재개방하기 전까지는 북한에 물품을 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는 현 상황에서 결핵 환자뿐 아니라 일반 북한 주민들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지원 물품 반입 지연이 이미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다수의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대변인도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여행 제한과 국경 폐쇄로 인해 물품 전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8월, 두 차례 걸쳐 함경북도에서 진행되는 결핵 치료와 일반 보건 사업에 필요한 의약품과 장비의 대북 반입에 대한 제재 면제 기간을 내년 5월까지로 연장했습니다.

북한 평양 결핵 병원의 환자들. (자료사진)
북한 평양 결핵 병원의 환자들. (자료사진)

이 단체 대변인은 지속적인 의료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대북 지원 활동의 초점이라며, 물품 수송 지연이 결핵과 일반 보건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SF 대변인 서면답변] “Médecins Sans Frontières’ focus is ensuring continuity of care for those patients who are in need of ongoing medical care. In light of that, we hope that the delays in shipment don’t disrupt our tuberculosis and general healthcare program.”

북한 내에서 식수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단체도 VOA에 익명을 전제로,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규제와 대북 지원물자 반입 어려움이 ‘주요 우려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대북 지원 제공이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 등 3개의 지원 단체는 VOA에,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과정이 간단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호이스겐 대사 (7월 30일)] “We see to it that all exception requests for humanitarian deliveries are responded to in very, very quickly so that all the help gets into the country.”

이와 관련,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의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대사는 코로나 발병 이후 관련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매우 신속하게 처리해왔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문제는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것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크리스토프 대사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독일마샬펀드’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인도주의 예외 인정, 제재 면제 체계가 작동돼 제재로 인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 제공이 방해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호이스겐 대사 (9월 28일)] “What, for us, is very important, for instance, that we have the humanitarian exceptions working that the humanitarian help to North Korea is not stopped by these sanctions and that works…”

이런 가운데 제재 면제 물품을 면제 승인 기간 내 전달한 사례도 있습니다.

스위스 외무부(FDFA)는 15일 VOA에,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청(SDC)이 지난 3월 제재 면제를 받은 개인보호장비(PPE)가 북-중 국경을 통과해 신의주로 반입되기 위해 현재 통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외무부는 북한 내 지정된 병원에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개인보호장비가 3주 후 전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스위스 외무부는 개발협력청이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 과정을 거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물품을 추가로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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