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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개발구 20여 곳 열띤 홍보…제재 속 투자 모집 비현실적"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 (자료사진)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 (자료사진)

북한이 대외무역 홍보사이트를 통해 20여곳의 경제 개발구에 대한 투자자 모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구체적인 내용으로 각 개발구를 홍보하고 있지만 핵 미사일 개발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상황에서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외무역 홍보사이트 ‘조선의 무역’은 각종 북한산 상품과 함께 투자처와 북한의 ‘경제 개발구’ 즉 경제 특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가 홍보 중인 경제 개발구는 모두 23곳.

‘신의주 국제경제지대’나 ‘황금평 경제구’, ‘라선 경제무역지대’ 등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개돼 익숙한 곳도 있지만 공업과 농업, 경공업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된 소규모 경제 특구처럼 생소한 지역도 있습니다.

‘어랑농업개발구’의 경우 미화 7천만 달러를 투자해 50년 간 토지를 임대받아 운영할 사업자를 찾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현재 운영 중인 곳보다는 앞으로 이곳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실상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또 북한 측 기업과 외국투자자가 설립한 합영 기업 혹은 외국 투자자의 기업이 해당 지대를 설립하고 개발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광 개발구 4곳은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보장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각종 체육, 문화, 오락시설 등 종합적 기능을 갖춘 관광지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액은 최대 9천 만 달러로, ‘어랑농업개발구’처럼 50년간 토지를 임대받는 조건입니다.

23개의 경제 개발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은 ‘라선경제무역지대’입니다.

함경북도 라진시의 14개 리,동과 선봉군의 10개 리를 포함하는 라선경제무역지대는 1990년 대부터 특수지역으로 지정돼 줄곧 해외 투자자를 기다려온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의 무역’은 라선경제무역지대를 소개하면서 ‘중계무역과 수출가공, 금융, 봉사의 4대 기둥을 가진 종합적인 중계가공무역지대로 꾸릴 것으로 계획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경제 개발구에 대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 경제 개발구에 대한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도 소개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라선경제무역지대를 비롯한 여러 경제 개발구들이 이렇다할 진전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북한 체제가 지닌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북한이 외국자본 유치에 필요한 구조가 미비하고 관련 정책이 비효율적인데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과거 VOA에 북한에 대한 투자가 성공을 거둔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North Korea is nothing fresh…”

북한은 아프리카 등 신흥 투자처와 달리 새로운 투자처가 아닌데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오히려 나쁜 평가만 갖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특히 북한의 낮은 신용도를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1970년대 북한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던 덴마크와 영국 등 유럽 회사들과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을 실패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잇따른 핵 미사일 개발 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도 북한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 정권과의 합작사업 등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외국 기업 등의 투자가 불가능하고, 북한이 개발을 희망하는 일부 개발구 가운데 공업과 경공업 등은 안보리가 금지한 품목과 연관돼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따라 투자자 등은 미국 법무부의 자산몰수 조치와 재무부의 제재 부과 등의 위험성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에는 미국 사법당국의 민형사상 처벌의 위험성이 따른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Any investment in North Korea goes through…”

북한에 대한 투자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이 금지하는 사항으로, 이를 어기는 것만으로도 20년 구금형과 100만 달러의 벌금, 25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와 더불어 북한과의 거래는 자금세탁과 같은 중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북한에 대한 투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등도 형사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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