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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난 커질 때 '쓰레기 재활용' 독려 강도 세져"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4일 재활용을 독려하며 공개한 영상.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4일 재활용을 독려하며 공개한 영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봉쇄로 물자 부족을 겪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쓰레기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은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때 마다 재활용을 독려하는 강도가 세진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쓰레기를 보물로 – 북한의 재활용 독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38노스’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5월 재자원화, 즉 재활용 사업에 “큰 힘을 넣어야 한다”며, 이는 당과 애국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깊은 충성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또 같은 달 조선중앙방송이 ‘내가 찾은 보물’이란 제목으로 16분 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활용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재활용을 강조하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재자원화법’이 제정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쓰레기의 재활용에 더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 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우려로 북한이 국경을 막은 직후 제정이 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국경 봉쇄로 중국 등에서 물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북한 내부에서 물자를 자급자족하기 위한 조치로 재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탈북민인 강미진 NK투자개발 대표는 17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정권이 재활용을 독려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일이라면서, 하지만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권에서 독려를 하는 강도가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대표는 코로나로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도 ‘고난의 행군’ 등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재활용에 참여해야 국내 자원이 돌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대표] “노동당 외곽단체 과제로 많이 떨어져요. 예전보다 1, 2년, 지난해 일단 플라스틱 병, 어쨌든 모든 쓰레기들, 쓰레기도 재산으로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버리는 것 없이 쓰레기 같은 것도 직장 내에서 모았다가 그걸 연료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강 대표는 당국이 요구를 하면 무조건 실행을 해야 하는 것이 북한 사회라면서, 북한 주민들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미진 대표] “사람들이 고달프긴 하겠죠. 힘들겠죠. 어쨌든 개인 일도 해야 하고 예전보다 과제도 많아지고.”

강 대표는 이어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아직 분리 수거나 재활용을 염두에 둔 제품 생산 공정이 덜 발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평양시의 오물 재자원화를 위해 역포구역의 오물처리공장에서 발생한 오물을 원료로 비료와 건재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오물 재자원화를 위해 중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락랑구역에 오물처리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재활용은 환경 보호 측면 보다는 경제나 산업적 이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에서는 쓰레기의 소각이나 매립으로 인해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방도로 재활용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기술이나 재활용에 편한 제품 생산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반 뉴저지주의 우드베리시가 최초로 재활용을 시행했고, 한국은 1990년대 초반에 시행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은 주택단지나 혹은 아파트마다 재활용 할 수 있는 품목들을 모아두면 지역 정부나 민간 회사에서 수거해 가는 방식으로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쓰레기를 이용한 재활용과 제품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파쇄나 열분해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의류, 신발, 가방 등 일상용품 외에도 전자제품과 의약품, 에너지까지 재활용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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