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
지난 9월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봉쇄조치를 강화하면서 환율과 물가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등 겹악재 속에서 그나마 민생을 지탱시켜 준 장마당 경제까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조치를 더욱 옥죄면서 경제 전반에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해상에서까지봉쇄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해안연선 지역들에서 바다 출입 질서를 더욱 엄격히 세우고 바다 오물들을 제때 수거, 처리하고 있다”고 있다고 밝혀 해안 지역 출입 통제는 물론 수입 물자들에 대한 방역도 더욱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주민들의 생활고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 온 장마당 경제도 이런 국경 봉쇄 장기화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인해 기반이 흔들리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올해 초 1kg 당 6000원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7800원으로 올랐고, 1만6500원이었던 조미료는 7만5900원으로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체 조사 결과 식용유와 밀가루, 설탕, 조미료 등 수입 식료품들의 가격이 11월 들어 급등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특히 설탕의 가격 급등이 두드러졌다며 11월 30일 기준 혜산과 신의주는 1kg당 5~6만원, 평성과 평양은 3~4만원까지 치솟았고 식용유도 세 배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쌀 가격도 1kg당 5천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랐고 돼지고기와 콩 등 주요 식품들의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1990년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없었던 장마당 경제가 그동안 경제 충격에 대한 완충역할을 했지만 이제 적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때는 배급체제였기 때문에 기아현상이 눈에 띄었던 것이고 지금은 시장 체제이기 때문에 대규모 아사가 눈에 안 띄는 거죠. 그 시장이 외부와의 교역차단으로 인해서 기반자체가 흔들리는 거죠. 왜냐하면 1년 가까이 교역이 사실상 중단상태거든요. 지금 밀수가 있어도 극소량이거든요. 그 다음에 문제는 이렇게 품귀로 가니까 도매상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더 안 내놓는다는 거에요. 더 오를 거니까.”

일반적으로 경제가 악화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북한 원화 가치가 하락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북한 원화의 가치가 오르는 기현상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달러 환율이 8천원선에서 11월에 6천700으로 20% 가량 떨어졌고 중국 위안화도 1천200원에서 6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로 하여금 외화를 시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개입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수입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자 원화 절상을 유도해 물가 안정을 꾀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동시에 달러 사용 금지는 북한의 외화난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시중의 달러를 북한 당국이 싼 값에 흡수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외화난은 생필품 수입의 감소로 이어져 민생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달간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26만 달러로 전달보다 99%나 감소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김영희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수입 급감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이외에도 달러 고갈에 대비해 북한 당국이 무역일꾼들의 수입 행위를 제한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선임연구위원] “이번에 관광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까 올해 2020년은 이미 외화가 들어올 구멍이 거의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외화를 계속 쓰다 보면 내년도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첫해이고 8차 당대회 이후 첫해이기 때문에 뭔가 성과를 내야 돼요. 그런데 외화를 다 써버리면 내년에 성과를 낼 돈이 없잖아요 그런 것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4일 낸 보고서에서 “시장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시장이 기능장애에 빠질 소지가 있다”며 “환율 변동과 물가 폭등으로 시장이 기능장애에 빠지면 유통이 붕괴돼 특정 지역과 계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실제 북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시장에서 이런 상품 가격 변동, 공급이 안되고 그러니까 많이 불안해 하고 있어요. 실제 도적이 좀 많이 늘어나고 있고 군 부대에도 공급이 안돼 물자가 부족하니까 군인들도 민가에 나와서 도적질하는 현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되게 불안해하더라고요, 그쪽 사람들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박사는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이외에 자연 재해까지 겹친 북한 경제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수호 박사] “산업 가동률도 거의 제재 이전 대비 30~40% 떨어진 상태에요. 더욱이 올해 가을 홍수와 태풍 때문에 쌀 생산량이 엄청 떨어졌거든요. 아직 추정치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20~30% 정도 떨어졌대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 하면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게 1995년이거든요. 95년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정도 떨어졌어요.”

조한범 박사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경제지도기관들의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비판한 데 대해 민생 악화의 책임을 내각에 전가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통치 방식을 되풀이하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국 회의에서 사상사업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경제난에 대한 뾰족한 타개책이 없는 북한이 내부 통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