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북한 청진의 장마당.
북한 청진의 장마당.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 강화로 시장화가 후퇴하고 신흥 중산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부족해진 재원을 국내 시장에서 조달하고, 시장화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 North’는 11일, 점증하는 북한의 재원 부족 현상이 당국의 시장 통제를 가속화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시장화가 과거보다 크게 진전됐지만, 최근 역행 신호가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을 통제하고 민간 경제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우려스러운 징후가 나오고 있고, 이는 시장에 의존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 특히 신흥 중산층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사회주의 경제의 이점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경제 전반에 일치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고 강조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외화에 관여하는 국영기업들에 대한 회계 기준 강화, 충성자금 인상,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에 필요한 전기세 인상, 일부 소비재 시장 거래자에 대한 세금 대폭 인상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보고서 저자인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 연구원은 12일 VOA에,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배경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 think they're two reasons. One of them is that they simply need more resources, partially because of sanctions. They always need more resources, but sanctions really limit the ways in which they can gather more state revenue.”

국제 사회의 제재로 부족해진 재원을 각종 세금 인상 등 시장 개입과 통제로 충당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큰 기대를 갖고 추진했던 사회주의기업책임제 등 여러 개혁 조치에 성과가 별로 없는데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엄청난 실망,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차원에서 시장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within the communist framework of thinking, the ideology and the policy can never be wrong. So it has to be that people are messing it up, basically. So the only thing to do is to take more control, and..”

북한 같은 공산국가 사고의 틀에서는 이념과 정책이 틀렸다고 절대로 시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망치고 있다는 구실로 경제 행위자들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더 강화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잡아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당 보고에서 “경제 부문을 ‘내각 사업이자 당중앙위원회 사업’이라고 규정해 경제관리에 대한 당의 개입 확대를 시사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발생한 사상 해이 등 여러 부작용을 지적하며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시급한 복원’을 계속 강조하는 것을 볼 때 시장화에 역행할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양문수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최근 언론 기고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시장 경제활동의 축소가 아니라 당경제, 군경제 등 특권경제 활동의 축소를 암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건드리지 못했던 특권경제 비대화 문제나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에 눈을 돌리려는 시도이지, 시장화 후퇴로 볼 여지는 아직 적다는 겁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이 통제 경제 복귀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게 없기 때문에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당국의 작은 통제 조치도 잠재적으로 전반적인 민간 경제 활동에 위험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돈이 필요해 시장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훨씬 더 미온적으로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선 가능성은 적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