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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탈북자 한국 입국 11년만 최저…“코로나 봉쇄로 급감”


중국 접경도시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전거를 탄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자료사진)
중국 접경도시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전거를 탄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자료사진)

올해 1분기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11년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북한 당국의 북-중 국경 봉쇄로 인해 특히 여성 탈북자 수가 크게 감소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남성 39명, 여성 96명으로 모두 135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집계된 1분기 입국자 수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이고, 지난해 같은 기간 229명보다 41%나 줄어든 겁니다.

한국 정부는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차단을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등 북한 당국의 강력한 조치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데다 중국 내 이동 통제도 강화되고 감염 우려로 탈북 시도 자체를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탈북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탈북자 수의 감소 폭이 눈에 띈다는 지적입니다.

올 1분기 여성 탈북자 수 96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1명보다 50%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반면 올 1분기 남성 탈북자 수는 지난해 1분기 38명보다 오히려 1명 늘어났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실 한동호 박사는 국경 봉쇄로 탈북 과정에서 도움이 더 필요한 여성과 아동의 탈북이 위축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한동호 박사]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국경 봉쇄가 강화된 건 사실이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여성 탈북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라고 보고요. 남성 같은 경우는 지금 추세가 도움 없이 오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그런 추세가 좀 반영된 게 아닌가 그렇게 보면 정확하실 것 같아요.”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이 중국 당국의 이동 통제와 검역 강화 등으로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게 이번 탈북자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북한인권 제3의 길’ 김희태 사무국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가운데 대다수가 중국에서 1년 이상 머물다가 들어온 사람들이었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 내 탈북자들의 발이 묶이면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 감소 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태 사무국장]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가 줄어든 것은 코로나 때문은 맞는데 그건 북한을 탈출 못해서가 아니라 중국에서, 이미 중국에 들어온 지 1년 이상 된 사람들이 중국 내에서 코로나로 인해서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방역 당국의 조사가 많다 보니까 불안해서 못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다, 분류해서 얘기하면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 탈북자 감소의 이유를 신종 코로나 사태로만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시점이 1월 하순이었고 여기에 탈북자들의 탈북 준비 기간을 감안할 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실제 탈북에 영향을 미친 기간은 1분기 말로 국한됐을 수 있다며 그 영향을 제대로 알려면 2분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 한동호 박사는 탈북자 감소세를 낳고 있는 또 다른 요인들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호 박사는 최근 4~5년 새 탈북자들은 중도에 실패해 북한에 강제송환됐던 경험이 없는, 즉 첫 번째 시도로 한국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호 박사는 재차 탈북을 시도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강제송환 이후 북한 당국의 처벌이나 통제가 그만큼 강화됐음을 시사한다며, 이 때문에 탈북하려는 이들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희태 사무국장은 김정은체제 이후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국경 경비에 건네는 돈과 브로커 비용 등이 총 2만 달러까지 크게 오르면서 탈북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9년 2천914명으로 정점에 오른 뒤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2012년 김정은체제가 들어선 이후 연간 1천100명∼1천500명 수준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는 1천47명으로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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