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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 단체들 “제재 하에서도 인도주의 지원 가능하지만 현장 어려움 상존”


지난 22일 평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버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지난 22일 평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버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들은 제제 하에서도 인도주의 지원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25항에는 인도주의 활동에 관한 원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25항] “This resolution are not intended to have adverse humanitarian consequences for the civilian population of the DPRK or to affect negatively or restrict those activities, including economic activities and cooperation, food aid and humanitarian assistance, that are not prohibited by resolutions…and decides that the Committee may, on a case-by-case basis, exempt any activity from the measures imposed by these resolutions…”

북한 내 인도주의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관련 활동을 제한할 의도가 없으며, 대북제재위원회가 사안별로 제재 면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구호단체 등은 지원 물자에 제재 품목이 포함된 경우 제재 면제 승인을 얻은 뒤 북한으로 반입할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근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녹취: 폼페오 국무장관] “When it comes to humanitarian assistance, medical devices, equipment, pharmaceuticals, things that people need in these difficult times. Those are not sanctioned anywhere at any time that I'm aware of.

단체들이 제재 면제를 받기 위해선 지원 물품 내역, 수량, 관련자 명단, 지원 품목이 북한 내에서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 등 10가지 항목을 명시한 서류를 대북제재위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전원합의’ 방식으로 면제 여부를 결정합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리처드 블루위트 유엔 상주대표는 VOA에, 이런 이유로 초창기에는 절차가 지연되는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루위트 IFRC 유엔 상주대표] “You can see that it's a consensus committee so all members of the committee have to approve the exemptions. And that can create obviously an opportunity for any particular member state to hold a particular line. That could be problematic in defining what is the scope of humanitarian action and or delaying the process.”

인도주의 활동 범위 등에 대한 회원국의 다른 견해가 면제 승인 절차를 지연시키는 등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북제재위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는 제재 면제 신청부터 승인까지 평균 99일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는 신청 후 5일에서 10일 사이 승인이 완료되는 등 절차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대북제재위 회원국들이 북한의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성을 이해하면서 관련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블루위트 IFRC 유엔 상주대표] “The exemption process is currently very efficient so I think the member states, all of them understand the risk of Coronavirus in the context of DPRK, and the UN I would say that they did an expedited process for our application but they also did it for other humanitarian actors.

실례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유엔으로부터 처음으로 대북 제재 면제를 받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나흘 만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구호단체들 역시 제재 면제 신청에 ‘노하우’가 생겨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데 2주가 채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비정부기구(NGO)가 대북 인도주의 활동을 하거나 지원 물품에 미국 제품이 포함될 경우엔 절차가 좀 더 복잡합니다.

먼저 지원 물자 중 식품과 약품을 제외한 미국산 제품이 포함될 경우 해당 단체의 국적과 무관하게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BIS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방역에 필수적인 안면마스크, 인공호흡기, 주사기 바늘, 개인보호장비 등도 의약품으로 간주하지 않아 허가 대상이 됩니다.

또 미국 단체가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하거나 북한 정부 당국과 관련 ‘협력 약정’을 맺기 위해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허가(license)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의 민간단체들은 이런 절차의 복잡함과 긴 소요 시간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미국 친우봉사회 다니앨 야스퍼] “The approval procedures, particularly U.S. government procedures, have stalled AFSC’s work consistently since 2017. AFSC’s program previously sent two shipments of aid per year followed by monitoring and evaluation visits after each shipment. Due to the length of the approval processes, these shipments can no longer happen as consistently as before. AFSC’s most recent license took 9 months to approve. In the past, the process has taken as long as a year and a half.”

대북 구호단체인 미국 친우봉사회(AFSC) 측은 자신들의 가장 최근 대북 사업의 경우 2019년 3월 재무부에 승인을 요청한 뒤 12월에야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 다니엘 워츠 국장은 재무부의 허가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개별 사업마다 허가를 받아야 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신청 이후 승인까지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미국 단체들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전미북한위원회 다니엘 워츠 국장] “The US organizations conducting humanitarian work in North Korea are required to obtain a license from the U.S. Treasury Department. This process can take several months, and in some cases up to a year. This could make it extremely difficulty for U.S. organizations to engage in the kind of rapid response work that may be necessary if there is a major COVID-19 outbreak in North Korea.

이와 관련해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국제적인 지원·보건 기구들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격려한다며, 이 기구들의 지원에 대한 승인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할 준비와 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재무부 대변인실은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관심이 있는 비정부기구(NGO)나 자선단체들의 특정 면허 신청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VOA에 전해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대북 지원과 관련된 송금, 물품 조달, 운송업자들을 구하기 어려운 점도 제재의 간접적 여파로 지적됐습니다.

유엔의 금융 제재와 각국의 독자 제재, 특히 대북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관도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로 금융기관과 민간업자들이 위반 사안이 아니어도 북한과 관련된 거래를 꺼린다는 겁니다.

[전미북한위원회 다니엘 워츠 국장] “financial institutions remain wary of facilitating any transactions related to North Korea, even humanitarian sanctions exempt from sanctions. Other private sector actors, such as companies that supply food or medical equipment, may similarly want to avoid any business related to North Korea.

국제적십자연맹 측은 이런 이유로 북한 내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현금으로 들고가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현재는 북한 정부의 국경 봉쇄와 여행 제한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가장 큰 도전이라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이런 조치로 제재 면제를 받은 의료장비 등 인도주의 물품조차 북한 반입이 어려워졌고, 인도주의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지원 물품에 대한 수령, 분배, 모니터 활동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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