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사형폐지세계총회에서 북한의 공개처형 실태를 증언한 탈북민 김은주 씨는 VOA에 북한의 사형제는 처벌을 넘어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한의 사형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안소영 기자가 김은주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세계 사형폐지총회에서 북한의 사형제도, 공개처형 실태가 처음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직접 북한에서 겪은 일을 증언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습니까?
(김은주 / 탈북민) 저에게는 정말 귀한 기회였습니다. 북한의 사형제는 인권을 유린할 뿐 아니라 주민들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사형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사형제도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고, 제가 직접 증언하게 되면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그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습니다. 북한 인권은 북한 인권 분야 안에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형제 폐지라는 국제적 의제 속에서도 함께 다뤄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의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9살 때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무엇입니까?
(김은주 / 탈북민) 무엇보다 인간이 너무나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사실입니다. 총 9발의 총탄을 맞은 희생자의 머리에서는 하얀 뇌 조직이 튀어나오고, 몸에서는 장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공개처형은 한 명만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두세 명씩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현장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아이들은 강아지 한 마리만 죽어도 슬퍼하는데, 우리는 그런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 표현을 해서는 안 됐습니다. 만약 감정을 드러낸다면 처형된 사람에 대한 분노만 표현해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잔인한 장면을 침묵 속에서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지금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기자) 총회에는 인권운동가들 뿐 아니라 각국의 정책결정자들, 유엔 관계자들이 자리했는데, 이번 총회에서 북한 사례를 증언했을 때 반응은 어땠습니까?
(김은주 / 탈북민) 총회 당일에는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일정이 한 시간 이상 지연됐고, 질의응답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별도로 마련한 사이드 이벤트에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사형제 실태를 보고서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특히 미성년자를 포함한 주민들에게 공개처형을 강제로 목격하게 하는 비인간성과 잔혹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강제북송 뒤 처형되는 사례와 처형 방식, 그리고 북한 정권이 공개처형을 통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란이나 중국처럼 사형제가 심각한 국가들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번 계기로 북한 역시 극도의 잔혹성과 불투명성을 가진 사례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다.
(기자) 국제사회에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가 있다면요?
(김은주 / 탈북민) 국제사회가 북한 내부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직접 조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의 사형 문제를 외면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북한 사형제의 심각성이 알려졌고, TJWG의 보고서를 통해 관련 실태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데이터가 없다',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방관하거나 묵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북한의 사형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처형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주민 전체를 공포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형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무고한 주민들의 인권이 더 이상 유린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세계 사형폐지총회에서 북한의 사형제도와 공개처형 실태를 증언한 탈북민 김은주 씨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