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법사위 "한국, 쿠팡 등 미국 기업 차별적 공격"… 한국 정부 ‘일방적 주장 반영 유감’

미 의회의사당 건물 (자료 사진)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1일 한국 정부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 등 미국인 소유 기업을 조직적으로 차별해 왔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법사위는 짐 조던 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 측 실무진이 작성한 '경쟁에 닫힌 시장: 한국의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한국이 오랫동안 외국 기업을 경제적으로 차별해 왔으며, 특히 미국인 소유 기업 쿠팡이 지속적인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인 소유 기업을 상대로 특히 공격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벽 압수수색과 여러 날에 걸친 조사, 형사 기소 위협 등을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이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떠 미국 기업의 경쟁을 막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달 11일 한국이 쿠팡에 4억1천만 달러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이는 단일 기업에 부과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이 과징금은 6천246억여 원으로, 한국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관련 과징금입니다. 보고서는 이 금액이 더 심각한 유출 사고를 낸 한국 기업들이 받은 과징금보다 훨씬 크다며 차별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전직 직원이 훔친 키로 최대 3천370만 개 계정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실제 보관한 정보는 약 3천 개 계정 분량이라며, 유출을 제한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회원과 비회원을 합쳐 3천7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결론 낸 바 있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이번 사안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국정원이 쿠팡에 유출 사건과 관련된 기기와 진술서를 회수하는 작전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쿠팡이 직원을 중국 상하이로 보내 전직 직원이 보관하던 하드드라이브 등 기기를 회수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쿠팡이 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와 해럴드 로저스 임시 대표의 증언입니다.

그러나 한국 국정원은 이를 전면 부인한 바 있습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성명에서 쿠팡에 어떤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로저스 대표가 국회에서 정부 지시에 따라 조사했다고 한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자료 요청 외에 어떤 지시나 명령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쿠팡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VOA에 보낸 성명에서 "하원 법사위의 조사로 이어진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쿠팡이 다시 한 번 미한동맹을 강화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양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계속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공개한 쿠팡 관련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 미 하원 법사위와 소통하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해 왔지만 이번 보고서는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쿠팡에 대한 조사와 조치는 한국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고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국적과 관계없이 공정한 기업활동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 조사와 부당한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디지털 기업을 비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상의 약속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쿠팡 관련 사안이 한미 간 안보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는 하원 법사위의 보고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월 하원 법사위가 쿠팡에 소환장을 발부하며 시작한 조사에서 비롯됐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당국의 조사를 받아 왔습니다.

미 의회와 행정부에서는 쿠팡 등 미국 기업 대우를 둘러싼 우려가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4월 하원의원 54명이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마이클 디솜브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최근 청문회에서 쿠팡 대우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을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