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또 미한 양국이 합의한 안보·경제 협력 방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동맹의 결속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미한동맹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닉 스나이더 허드슨연구소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8일 허드슨연구소가 개최한 ‘변곡점에 선 동맹: 미한 파트너십과 한국의 미래’ 토론회에서 미한동맹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양국의 “수사가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닉 스나이더 / 허드슨연구소 비상근 선임연구원
“There is a real perception here in DC that something is not working, that the rhetoric is not matching the action.”
스나이더 연구원은 안보 측면에서는 양국의 협력이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의 국방비 증액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정치적 문제와 맞물린 상당한 공백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수사적인 말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2026년 9월 8일 허드슨연구소가 개최한 ‘변곡점에 선 동맹: 미한 파트너십과 한국의 미래’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을 언급한 뒤, 쿠팡에 대한 처우와 구글 등에 대한 5억 달러 규모의 벌금 등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막겠다는 내용이 양국의 공동 팩트시트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이런 문제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양국이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런 문제는 단순한 규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안보와 경제, 정치를 따로 다루지 말고 함께 접근해야 한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이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을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반도체와 메모리 칩, 생산시설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투자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미한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미국의 안보 공약과 한국의 국방비 증액,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조선업과 원자력 분야 협력 등 안보·경제 분야의 협력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석좌는 이 같은 팩트시트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석좌
“We have to realize the vision of that joint statement, which is essentially the best document to cobble together all of the many things that are important to both sides and that were agreed to in November of last year.”
크로닌 석좌는 공동 팩트시트가 양국이 합의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하나로 담은 중요한 문서라며,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면 큰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양국이 합의한 투자와 경제 분야의 후속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이 추진하는 조선업과 원자력 협력, 핵심 광물과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의 협력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동맹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비공개 논의에 머물지 않고, 합의된 내용을 실제 행동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브렌트 새들러 헤리티지재단 해상 전투·첨단기술 담당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협력이 미국과 호주의 오커스(AUKUS)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렌트 새들러 /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This is not and cannot be AUKUS.”
새들러 연구원은 호주는 중동이나 인도양 등 먼 지역까지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작전 환경인 반면, 한국은 한반도 주변과 동중국해·남중국해 등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에서 작전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의 작전 요구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통적인 핵추진잠수함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이 현재 건조하고 있는 KSS-3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소형 원자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상업용 선박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먼저 개발하면서 이를 더 작은 규모로 축소해 잠수함에 적용하는 방식이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한동맹의 또 다른 핵심 현안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핵화 접근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규덕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규덕 /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The chance that North Korea will give up its nuclear weapons is very, very low.”
노 전 본부장은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기존 접근법을 재검토하고,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장기적으로 핵 능력을 감축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본부장은 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구상과 관련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북 대화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