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 “트럼프 ‘이란 비핵화’ 언급…‘한국 역할 확대’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29일 대한민국 경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 관련 협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안보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비핵화’ 언급에는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군사적 협조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프로그램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기대를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동맹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동맹에게 더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장실 (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시드니 사일러 / CSIS 한국석좌 프로그램 선임고문
“그것은 동맹 관계의 일부이고,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기대를 훨씬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It’s part of the relationship. It’s part of our cooperation, diplomatically and in security areas. So it’s not entirely that new that we would be seeking that. I just think the way that the president is more direct and frank in his comments, quite frankly, saying that he expects the ROK to step up to the plate.”

사일러 고문은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노력에 보다 공개적으로 동참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는 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를 기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이 병력이나 탄약을 지원하는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이란 관련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이런 수준의 협조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쉬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비핵화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한국 측이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이란에서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참여해 왔으며,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란 비핵화’라는 표현에 주목하면서, 실제로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협조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의 비핵화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진행 중인 군사작전에 해군 자산을 참여시키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리비어 전 차관보는 한국이 이란 관련 미국의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한국만의 선택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해당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한국이 다른 동맹국들과 특별히 다른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가장 큰 안보 위협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른 안보 현안 역시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한국이 동맹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문제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인식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한국이 동맹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부담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그가 이란 문제를 이용해 그런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He has had a view of South Korea as not carrying its weight in the alliance and, you know, ripping off the United States, he said many times. I think he's using the Iran issue to reinforce those views.”

매닝 연구원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요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걸프 지역에 군사력 파견 등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그런 요구였다면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 배치된 미군 전력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고,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한반도 안보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