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소법원 “담배회사 BAT, 대북 제재 위반금 테러피해자 기금에 투입”

영국 런던에 위치한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미 연방항소법원이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북한과의 불법 거래와 대북 제재 위반으로 미국 정부에 낸 6억 달러대의 범죄수익을 테러지원국 피해자 보상기금에 전액 투입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북한 등 테러지원국의 테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배상 재원이 확대될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계 담배회사가 북한과의 불법 거래로 미국 정부에 낸 6억 달러대의 벌금과 몰수금이 테러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4일,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의 북한 관련 은행사기와 대북 제재 위반 사건에서 발생한 범죄수익을 미 법무부가 일부만 피해자기금에 배분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앞서 BAT와 자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마케팅 싱가포르는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면서 북한과의 거래를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처리하기 위해 거래 구조를 은폐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두 회사는 2023년 미국 정부와 합의하면서 형사 벌금과 몰수금 등 6억5천300만 달러를 내기로 했고, 이 돈은 2023년 9월과 2024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납부됐습니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이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던 기간에 발생한 범죄수익만 피해자기금에 넣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만 배분했습니다.

BAT의 은행사기 공모가 2007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이어졌지만,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2008년 10월 해제됐기 때문에 약 1천93만 달러만 기금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 겁니다.

이에 1980년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피해자들이 이 결정을 문제 삼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항소법원은 피해자기금법의 관련 문구가 개별 거래가 아니라 해당 범죄 자체가 테러지원국과의 거래에서 비롯됐는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BAT의 은행사기 공모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던 시기에 시작돼 이후에도 하나의 공모로 계속된 만큼 관련 범죄수익 전체가 기금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따라 BAT 사건에서 미국 정부가 확보한 6억 달러대의 범죄수익이 피해자기금으로 들어가게 되면, 현재 기금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미국인 등은 제재 위반 기업들의 자금으로 조성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해 수령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에 따르면 해당 미국인 등은 1인당 최대 2천만 달러, 가족을 기준으로 최대 3천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북한과 이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알칼릴리 등 원고 측은 지난 5일 버지니아 동부 연방법원에 이번 항소법원 판결을 추가 법적 근거로 제출하며, 관련 내용을 재판부에 알렸습니다. 이들은 손해배상액과 피해자기금의 보상 구조를 설명하면서, 이번 판결이 향후 피해자들이 기금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소송인단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라크와 시리아, 케냐,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7건의 테러 공격 피해자 48명으로, 이란과 북한이 테러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국인을 겨냥한 공격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