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에 즈음해 남북한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국가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습니다. 또 이번 ARF에서 북한과 일본의 외교 수장들이 비공식으로 만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2차관은 4일부터 싱가포르와 태국을 잇따라 방문한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조 차관은 5일까지 싱가포르에 머물며 그레이스 푸 싱가포르 제1외교장관과 1,2 차관들과 잇따라 만나 두 나라 현안과 지역정세를 협의합니다.
이어 6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70차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ESCAP) 총회에 한국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해 ‘아태 지역 연계성 강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조 차관은 이와 함께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학계와 언론계 주요 인사들을 오찬간담회에 초청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등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을 설명하고 동북아와 동남아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조 차관의 이번 일정이 오는 10일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ARF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정세를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한-메콩강 유역 5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 핵이 동아시아 평화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ARF에서 분명한 대북 메시지가 나오도록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도 2일 아세안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리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라오스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5개국을 방문한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리 외무상은 라오스와 베트남을 방문한 뒤 ARF가 열리는 미얀마를 거쳐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리 외무상은 4개 나라만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싱가포르도 포함됐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리 외무상이 취임 이후 얼마 전 40일가량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을 순방한 데 이은 ‘공격 외교의 2탄’이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리 외무상이 외국어에 능하고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오래 지낸 경력으로 미뤄 ARF를 앞두고 중립적 성향의 아세안 국가들의 북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 말고도 외자유치 등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려는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경우 역사적으로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가장 먼저 이를 인정한 나라가 북한이었고 지금도 민간 차원이지만 북한 관료 등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경제교육을 시행하는 등 나쁘지 않은 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박사] “북한 입장에선 최근 일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공세적으로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협력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호적 틀을 유지해왔던 아세안 국가들이 중요한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이번 ARF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북한의 리 외무상과 미얀마 현지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기시다 외무상은 당초 리 외무상과 정식 회담을 갖고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협의하려 했다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회담의 격을 낮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