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쿠바 전 독재자 라울 카스트로 기소 후 "인도적 지원에 집중…긴장 고조 원치 않아"

미국 법무부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 방침을 발표한 후, 2026년 5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모임 중 한 여성이 쿠바 국기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오랜 적대국이자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에 대해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강경한 대쿠바 정책을 더 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실패한 나라”로 규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에게는 전기도 없고, 돈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으며, 식량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 국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쿠바계 미국인 공동체가 쿠바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쿠바의 재건을 도울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를 기꺼이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쿠바계 미국인들이 돌아가 도울 수 있도록 쿠바를 개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21일 유럽 순방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국민에게 제공하기로 한 1억 달러 규모의 원조 물자를 배분할 신뢰할 수 있는 단체들을 찾는 데 있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몇 주 전 로마에서 가톨릭교회 관계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기꺼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 다른 여러 비정부기구(NGO)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지금 내 주머니에는 이미 쿠바 현지에서 활동하며 원조 물자 분배를 맡을 준비가 된 인도주의 단체의 서한이 들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이달 초, 미국이 쿠바 국민에게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20일 쿠바 독립기념일을 맞아 쿠바 국민에게 보낸 스페인어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의 지원 제안은 쿠바 정권이 물자를 가로채지 못하도록 “신뢰할 수 있는 자선 단체”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 물자를 전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제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언한 규모만큼, 그리고 인도적 지원 관행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쿠바 측으로부터 어떠한 방해나 배은망덕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또 21일 쿠바 정권이 미국이 요구하는 대대적인 경제·정치 개혁을 수용할지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그들은 시간을 끌거나 버틸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진지하며, 확고하게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언제나 평화적인 협상 타결을 선호하며, 쿠바에 대해서도 그것이 우리가 선호하는 바”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세력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그들이 마음을 바꾼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으며, 그동안 우리는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독재자에 대한 기소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블랜치 대행은 이날(2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행사에서 카스트로와 측근 5명을 미국인 살해 공모와 살인, 항공기 파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기소 혐의는 1996년 2월 24일에 일어난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당시 쿠바 공군 소속 미그 전투기가 플로리다 해협에서 뗏목을 타고 쿠바를 탈출하던 사람들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민간 세스나 항공기 2대를 국제 공역 상공에서 격추했습니다. 당시 세스나 비행기에 탑승한 미국인 3명과 미국 영주권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카스트로는 당시 쿠바 국방장관이었으며, 이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쿠바 최고 지도자를 지냈습니다.

블랜치 직무대행은 이번 기소가 1959년 쿠바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인 사망을 초래한 폭력 행위와 관련해 쿠바 정권의 최고 지도부 인사를 미국 법원에 기소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2021년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번 기소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인 군사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쿠바 정책의 수위를 높일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긴장 고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쿠바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엉망진창이며, 그들은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쿠바에 대해 전면적인 무역 봉쇄 조치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VOA 뉴스